결국엔 경찰이 오고 말았어. 608호 그 녀석들 뻔히 특실이 5만 원 방인 거 알면서 연박 문의를 한 후 도보특가 3.5만 원으로 예약을 했고 (원래 연박하는 사람들의 특성은 방을 옮기기 싫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괘씸한 마음에 특가방인 301호로 방을 변경해 주었지.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는 숙박 영업시간 중에 가장 바쁜 시간인 점을 미리 일러두지. 대실한 손님이 퇴실하고 숙박예약을 한 손님들이 체크인을 할 수 있도록 청소팀과 카운터 직원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시간이야.
오후 4시 50분 한 남자가 카운터로 걸어 들어오더니
“엘리베이터 검열이 6시에 있어서 저희들이 엘리베이터 점검을 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금방 끝납니다.”
묻더라. 의심 없이 그러라고 했어.
문제는 여기부터야.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입퇴실 손님들은 2~7층까지 계단을 사용해야 했어. 그건 그렇다 치고 속도가 생명인 청소팀은? 청소팀은 청소카트를 밀고 다녀야 하므로 계단이 절대 불가거든. 오르락내리락 계단을 뛰며 열심히 움직이는데 남편이 야간근무를 보러 출근했어. 마침 오늘은 야간근무자의 휴일이어서 남편이 근무를 서게 됐거든.
상황을 파악한 남편은 내게 화를 냈어. 요지는 두 개. 첫째 바쁜 시간에 엘리베이터 점검 을 하도록 승인한 것, 둘째 연박인 608호를 굳이 방을 옮겨서 일부러 청소를 한 번 더 하게 한 것.
나는 고객의 명령조의 말투와 연박의 특성을 악용해 부러 아랫단계의 방을 예약한 행동이라 화가 나서 그리했다고 말했어. 그들이 방을 옮기는 찰나 오후 6시는 엘리베이터 점검 중이었으므로 계단을 이용해 퇴실한 608호에 가보았는데 방이 가관이었어. 하지만 이미 301호에 입실시킨 상태로 없는 일로 치고 청소를 했지.
*실제사진 극혐주의
내가 퇴근하고 고객은 밤새 남편에게 TV가 안된다부터 시작으로 반말과 괴성을 질렀고, 남편이 지지 않고 똑같이 대하자 결국 여자(고객-여기서부턴 고객 말고 여자라 부를래)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거야. 남편이 방을 그 따위로 쓰고 그런 말이 나오냐 묻자 여자는
“당신들도 방 엉망인 거 알면서 돈 벌려고 참은 거 아니냐? 그리 더러웠음 나가라 하든가!!!! 다 숙박비에 포함된 걸 가지고 이 가게는 서비스가 엉망인데. 참나!!!! 내가 당신 가게 망하게 해 주지!!”
남편의 화살촉이 나를 향하기 시작한 건 그 순간부터였어.
엘리베이터 점검을 그 시간에 시작해 7시 넘도록 끝나지 않은 것과 진상 고객이 말과 행동을 제 멋대로 한 것에 대한 체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왜 나인 걸까?
아이들이 모두 스무 살이 되고 이제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우리가 다투는 이유가 도박, 바람, 돈, 폭력 따위의 우리 자신들의 문제가 아닌 타인의 잘못에서 출발한 것이 안타까워. 서로 사랑만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잖아.
나는 기억력이 없어서 오늘 따위는 내일 잊어. 어떻게? 어제 있었던 슬픔 따위는 오늘로 쓱쓱 지우거든. 그렇게 어제의 슬픔들을 오늘로 지우고 또 지우면 언젠가는 내게 주어진 오늘이 모두 닳겠지. 그렇게 오늘을 모두 쓰고 나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몰라.
오늘은 슬픈 날이야. 마음이 몹시 추운 날엔 눈물이 눈이 되어 내려. 오늘이 추운 날이라 다행이야. 난 그렇게 슬픔을 감춰. 눈이 내리면 강아지와 어린아이들이 마당을 뛰어다니겠지. 그럼 나도 웃을 거야.
오늘을 끌어다가 어제를 지우고
추운 날 눈물은 눈이 되어 내리고
아이들과 강아지는 마당을 뛰어다니겠지
그럼 나도 웃을 거야
속상한 마음으로 술 한잔!
다음날 오전 속상한 마음에 장례식장에 다녀온 아들을 붙잡고 하소연을 해봤어. 그러자 아들이 대뜸 한마디 던졌어.
“엄마 발인 지켜보는 거 그거 진짜 힘들더라. 난 맨 뒤에 있었는데 ‘엄마!!!!!!!’ 하는 소리가 내쪽까지 들렸어. 엄마 속상해하지 마. 다 부질없어. 결국 다 죽고 결국 남겨진 사람들은 다 울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