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러 무작정 떠났다. 순천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는 여수. 장범준 노래 ‘여수 밤바다’의 바다가 바로 그 바다다.
바다만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바다만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바다만 있으면 된다.
나는.
바다다.
너도 바다다.
너만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너만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너만 있으면 된다.
너는.
바다다.
술도 바다다.
술만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술만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술만 있으면 된다.
술은
바다다.
술은 나에게 하나의 순간이고, 하나의 계절이고, 하나의 시절이며, 인생이다.
바다, 너, 술이 함께 하는 여행.
좋았어!
점심은 여수 봉산동 게장거리에서 해결한다.
게장백반정식과 갈치조림 세트는 무리인 듯해서 게장백반을 주문한다. 1인분에 16000원. 비싼 듯 보이지만 빵값에 비하면 거저다.
사실 게장의 종류가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에서 다시 나뉜다. 돌게장과 꽃게장이다. 꽃게장은 알이 꽉 찬 꽃게로 1인분에 35000원이고, 돌게장은 좀 딱딱한 식감으로 (잇몸 다침 주의, 임플란트 주의) 저렴하게 16000원이다. 우린 당연히 돌게장. 돈 많이 벌자. 양념게장 먹게.
봉산동 게장 거리에서 내가 간 곳은 ‘황소게장’이다. 주차장이 넓어서 이곳을 선택했다.
참고하시라.
2분 컷. 잠시 후 준비된 백반 한 상이 나온다. 꽃게로 맛을 낸 된장국과 새우장, 전복장, 꼬막무침을 시작으로 청란젓갈과 멍게젓갈이 먹음직스럽다. 열무 물김치, 배추나물 무침과 메추리알 장조림은 거들뿐이다. 여기에 간장 돌게장과 양념 돌게장이 군침을 돌게 한다. 여수 ‘돌산 갓김치’를 잊고 있었군! 밥은 머슴밥이다. 몸통의 살을 쪽쪽 빨아먹는데 젓가락은 방해꾼이다. 손으로 들고 입가에 게장 양념이 범벅이 되도록 먹어줘야 한다. 간장 돌게장의 화룡점정은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것. 고소하고 짭조름한 게의 내장이 최고의 밥도둑이다.
“아줌마 여기 게장 더 주세요!”
게장 백반 거리의 특장점은 리필이 된다는 것. 전라도 인심은 좋다.
순천에는 ‘국밥거리’가 있는데 국밥을 2인분 이상 주문 시 수육이 무료로 나온다. 여수에는 게장 리필이 이곳의 ‘정(情)’을 대변한다. 여행자들이여 전라도로 오시라! 지갑이 두둑하지 않아도 여러분의 배는 두둑해질 터이니!
지상 최고의 술꾼도 게장 백반 앞에서는 술병을 쫓지 않는다. 그것은 무례한 일이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 찾아간 곳은 ‘아르떼 뮤지엄’이다.
아르떼 뮤지엄은 여수 엑스포역 맞은편 여수 엑스포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시설에 비해 사람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중년으로 보이는 사내하나가 엑스포 입구에 심어진 나무의 가지를 뜯는다. ‘왜 저래?’ 잠시 후에 가지를 손질하더니 이를 쑤시는 남자. 아이 눈 버렸다.
다시 [아르떼 뮤지엄]으로.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눈으로만 보던 예술 작품에 웅장한 음악을 더해 완벽하게 심취할 수 있다.
여수의 상징인 동백나무를 시작으로 해변, 바닷속 플라밍고, 폭포, 별빛의 향연, 불꽃, 내가 그림으로 그리는 세상, 오르세 미술관 등의 주제로 공간을 분리하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르세 미술관의 변천사와 하이라이트 작품을 아르떼뮤지엄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초대형 미디어아트로 창조>한 구역이었다.
특히 반고흐의 자화상을 보는데 혼자 훌쩍거린 1인 여기 있다.
간단한 기념품을 사고 나오니 슬슬 술이 당긴다.
금주자들은 굳이 거기까지 가서 술이냐 묻겠지만은 음주자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여행을 가서 그 지역에만 있는 안주에 그곳에서 제조되는 특별한 술을 먹는 것이 핵심일테다.
어젯밤도 클레이키건의 ‘푸른 들판을 걷다’를 읽는데 자꾸만 기네스 맥주 (물론 책 속에서는 기네스라는 맥주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으며, 맥주의 하얀 거품이 서서히 가라앉고 검은색으로 변하자 주인공이 마셨다는 식의 표현이 있었다) 이야기가 나와 맥주가 당겼다. 언젠가는 기네스 마시러 아일랜드 갈 거야.
오늘은 무얼 먹을까? 여수 하면 떠오르는 것은 돌문어 같은 해산물이다. 널린 것이 횟집이다. 횟집을 가자!
참고로 여수 종포에 가면 포차거리가 있는데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물론 나처럼 자주 가는 사람은 다르겠다. 하멜 등대와 케이블카, 거북선 대교로 인해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종포의 ‘돌문어삼합’ 집은 가수 장범준이 두 번이나 찾은 것으로 유명하다. 장범준이 여수에 오면 손님들에게 골든벨을 울리겠다던 사장님은 진짜로 장범준이 오자, 약속을 지켰다는 후문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바가지요금이 극성이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바가지요금이 바가지요금인 줄도 모른 채 속아 넘어간다. 그리하여 내가 찾은 곳은 여수 사람들이 찾는 여수 시내. 물론 바다 전망은 포기하다. 바다 대신 술이다.
거리를 헤매다 찾은 곳은 [여수 쪽갈비와 바다이야기]라는 횟집이다. 사람이 너무 많다. 한 테이블이 남았다. ‘전어개시’ ‘대하개시’ 그래.
지금이 전어철이고 대하철이지.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이미 전어도 개시했고, 대하도 개시했다. 더 새로운 안주를 대령하라. 이곳의 특이점은 횟집인데 사이드 테이블엔 쪽갈비, 족발, 닭발 구이를 한다는 것인데 회와 해산물 못지않게 사람이 가득하다.
여수에 왔으니 해삼과 멍게는 포기 못하지.
해삼과 멍게 한 접시, 백합탕, 거기에 오도리 2마리를 시켰다.
오도리는 한 마리에 구천 원이었으나, 여행지에서 지갑 주인은 인심이 후하다.
2차는 당연지사 노래방. 아 오해하지 마시라. 그냥 노래방이 아니라. 술이 없는 노래방은 의미가 없다. 술 파는 노래 주점. 식사를 마쳤으니 디저트로 과일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시간은 자정을 향한다.
늦은 11시 35분. 이곳은 여행지다. 아이들도 신랑도 없는 곳이다. 나는 자유롭다. 밤새 놀아도 된다. 그러나 밀려오는 졸음. 연신 하품을 해댄다.
멍석을 깔아줘도 놀지 못하는 체력에 피식 웃는다.
“숙소로 돌아가자.”
숙소로 돌아가는 길 좀 전에 1차로 다녀간 [여수 쪽갈비와 바다이야기]라는 횟집을 지나친다. 엇! 사장님이 수족관 청소를 하고 계신다. 수족관 청소 매일 안 하던데!
‘이 집 참 마음에 드는군!’
순간 내일도 여길 1차로 와야 하나 갈등을 하며, 숙소 1층 편의점으로 향한다. 사실 돌아오는 길에 콩나물 국밥으로 해장을 하려고 봐두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해 찾지 못했다. 신라면과 참치마요 삼각김밥, 행사용 기네스 4캔을 집어 든다.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삼각김밥을 컵라면 위에 올린다. 4분. 세수를 하고 온다.
알맞게 익은 라면을 삼각김밥과 함께 우적우적 씹는다. 체하지 않게 기네스를 천천히 들이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