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시리즈 2_최저시급
“은정아 난리 났다. h가 노동청에 우리 고발했단다.”
새벽 6시 전날 늦게 잠을 청했음에도 남편의 소식에 눈이 번쩍 뜨였다.
무슨 고발이냐고 묻자 근로계약서부터 문제 삼았단다.
근로계약서를 썼음에도 두 장 모두 남편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 나이 20대 초반 최저시급 1,500원에 하루 다섯 시간 7,500원 알바를 했다.
당시 모텔비는 30,000~40,000원 정도였다. 여러분! 어릴 때 모텔을 다녔냐는 둥의 시비는 사절하고요.
25년이 지난 지금의 최저시급은 대략 10,000원이며, 현재 모텔비는 40,000원이다.
인건비뿐만 아니라 은행이자, 세탁비, 각종 비품의 가격도 두 배 이상이 올랐다. 지출은 현저히 늘고 수입은 수십 년 간 그대로이니 이게 무슨 일인가?
2000년 시급 1500원 / 모텔비(숙박기준) 40,000원
2025년 최저시급 약 10,000원 / 모텔비(숙박기준) 40,000원
*시급은 올랐으나, 숙박비는 예전과 같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지인은 주야간 24시간을 아르바이트생과 사장이 12시간씩 나누어 일한다. 월 순수익 400만 원 원중에서 360만 원은 아르바이생의 월급을 주고 40만 원은 본인의 몫으로 챙긴다. 그만두고 싶지만 투자한 비용과 계약기간 때문에 5년은 창살 없는 감옥이란다. 이게 무슨 일인가? 프랜차이즈 카페를 창업한 친구는 아예 직원을 쓰지 않는다. 아이 때문에 학교를 가거나 제사가 있는 날,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문을 닫는다. 어차피 몇 시간 동안 1500원짜리 커피를 팔아봤자 만원도 되지 않는데 인건비로 몇 만 원이 나가는 것이 더 손해라 여기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나는 모텔을 하기 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가르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짧은 시간에 제법 돈을 번다. 학생수가 많아지자 나는 채점 아르바이트 두 명을 구했다. 시급은 5,000원 일하는 시간은 두 시간이니 인건비가 하루 2만 원이었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하면 한 달 월급이 40~50만 원 정도 지출되었다. 그래도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어릴 적 2년 간 법무사에서 일한 경험을 비추자면 이혼서류 한 장에 4만 원이었고, 각종 등기서류는 15~만원으로 매 천만 원 당 만원씩 추가비가 발생하였다. 소송도 마찬가지로 청구금액에 따라 불어난다. 경리로 일하며 10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4만 원짜리 이혼서류 한 장만 쳐도 내 몫은 하는 셈. 내가 작성한 서류에 법무사님은 도장만 찍으면 되니까.
일의 난이도, 공정률, 시간당 매출, 업무소화능력, 근무태도, 지역의 상권(부동산 가격), 시간대 등 세상에는 수많은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일괄적으로 묶어 시급을 규정한다고?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핑계가 될 수도 있겠다. 모텔을 운영하며 최저시급을 운운하는 건 속 모르는 소리다. 모텔 카운터는 연봉제로 2400만 원~@ 정도다. 십 년 전 내가 모텔을 처음 운영하던 시절에 카운터 직원의 월급은 180만 원이었고, 우리는 주간 직원에게 기본급 350만 원에 월매출 목표 초월시 천만 원 당 30만 원을 추가 지급하고, 방이 모두 팔린 후에 일찍 나간 손님방을 청소해서 팔면 개당 1만 원씩 인텐시브를 주었다. 일만 잘하면 400만 원 이상 받아가는 구조다. 물론 이런 경우는 혼자 모텔을 차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25년 치솟는 물가 앞에 정박된 모텔요금으로는 최저시급을 맞추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앞으로 벌고 뒤로 까먹는 달까?
이번에 우리를 고발한 h는 3개월이 다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키는 160센티미터에 몸무게는 90킬로그램, 팔다리에 문신을 하고 잘 씻지 않아 몸에서는 늘 냄새가 났다. 발레파킹을 해야 하므로 운전면허가 필수였으나 그녀는 면허도 없었다. 최소한의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는 그녀는 최저시급은 못 받아도 좋으니 제발 일만 할 수 있게 해 달라 애원했고, 우리는 함께 일하기로 했다. 2002년 생 우리 아들과 나이가 같다는 이유. 어린 나이에 열심히 살아보려 한 모습이 기특했다. 하지만 온정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터. 시간이 흘러도 그녀의 업무 능력은 바뀌지 않았다. 업무시간에 고객이 쓰고 간 방에서 머릴 감거나, 아프다고 해서 잠시 병원에 다녀오라 하면 물리치료까지 야무지게 받고 오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상해가 아닌 만성질환이었다) 수시로 모텔 입구에서 피워대는 담배까지. 더 이상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드는 차에 그녀는 무단결근을 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해고 통보를 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며칠 후 노동청에서 고발장이 날아온 것이다. 최저시급 미지급,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이유였다. 아니 일을 하지도 않고 허구한 날 우리 부부가 돌아가면서 일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모텔 운영 노하우를 가르쳤고, 영업비밀이 들통났으니 오히려 우리가 돈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노동청 직원은 고소장 취하를 하려면 합의금을 준비하라며,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시라고 억울한 거 안다며 위로했다.
우리는 '시스템의 정의'와 '현실의 복잡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최저시급이라는 건, 모든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자는 중요한 사회적 시스템이다. 정의롭고 꼭 필요한 제도.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하는 사람마다 능력도 천차만별이고, 기여하는 바도 다르다. 또 사업장마다 버는 돈이나 상황도 차이가 있다.
h의 경우처럼, 법적인 '근로 시간'이나 '근로 계약'이라는 틀 안에 있지만, 실제로는 기대했던 '노동의 가치'를 제공받지 못했을 때… 시스템의 정의(최저시급 지급 의무)와 현실의 복잡성(기대 이하의 성과, 선의의 결과)이 충돌한다. 나는 기꺼이 h의 상황을 봐주려 했지만, 결국 냉정한 법의 잣대는 '정해진 기준대로 지급했는가?' 만을 따져 묻는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룰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공정’인가?
최저시급 제도가 가진 긍정적인 측면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현실의 복잡한 인간관계, 다양한 업무 난이도, 그리고 사업장의 개별적인 상황 앞에서 드러내는 한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법과 제도는 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개별적인 상황의 특수성을 담아낼 수 있는 법, 예상치 못한 갈등과 억울함이 없도록 모두에게 공정한 법안 도입이 시급하다.
그러므로 투표합시다!
‘최저 시급 개정안’ 누가 해줄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