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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하는 아기의 손을 잡고서

나도 초보거든. 초보 엄마.

by 한송이

바다가 드디어 혼자 조금씩 걷는다. 손을 안 잡으면 아슬아슬하게 열 걸음 정도 걷고, 잡아주면 스무 걸음 넘게 넘어지지 않고 걷는다. 아직 힘이 충분치 않아 풀썩 주저앉고, 네발기기 자세로 돌격할 때도 있다.


엄마인 나는 아기의 안전이 최우선이라, 평탄하고 장애물이 없는 길만 걷게 하려 한다. 연습이니까 더 그렇게 해주고 싶다.


바다는 잘 걷지도 못하면서 울퉁불퉁한 길로 가고 싶고, 풀숲으로 들어가고 싶고,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해야 하고, 땅바닥도 만지고 싶고, 자전거 바퀴도 궁금해서 보러 간다.


아기가 다른 길로 가고 싶어 하는 힘은 사실상 말릴 수가 없다. 막는다고 세게 잡아당기면 다친다. 더 크게 넘어진다. 감정이 상한다. 들어 옮기면 쉽고 빠르지만 연습은 그걸로 끝나버린다. 작은 사람의 의지는 결코 약하지 않다.


나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바다와 걷기 연습을 하며 생각한다. 강한 손을 붙들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곳으로만 가고 있지 않은가, 너무 다양한 것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신뢰하고 있는가, 의지하고 있는가.


처음 걷는 바다와 다를 바 없는 초보 엄마. 셀 수 없이 넘어진 바다를 일으키는 일이 지칠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너도 안전한 손을 잡고 일어나야지.

그 손을 잡고 걸어야지.

바다가 내 손을 꼭 잡고 의지하듯 그렇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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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