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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꽤 괜찮은 저녁

아기를 자라게 하는 다정한 마음들

by 한송이

복직 1주 차, 눈이 피곤하다. 1년 넘도록 보지 않은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니 눈건강에 직격타를 맞는다.


눈을 비비며 운전하다 보게 된 하늘은 시력이 2.0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선명했다.


날이 무척 덥다. 한증막 같은 바깥세상이다. 4시에 하원하고 바로 하던 산책은 더위로 인해 하기어려워지고, 6시쯤 숲 길로 갔더니 까만 모기들이 웽웽 거린다.


오늘은 바다랑 조금 놀다가, 짧은 낮잠 한 번을 같이 잤다. 일어나서 저녁을 먹고, 실컷 목욕놀이를 하니 7시쯤이다.


한번 나가볼까? 틈만 나면 자기 신발과 엄마 신발을 들고 오는 바다가 거부할 리 없었다.


다행히 바람이 분다. 퍽퍽 테니스 치는 소리가 났다. 요즘 바다가 푹 빠진 장소. 목을 쭉 빼고 구경하는 모습을 보는데 많이 컸다 느껴졌다.


천천히 동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바다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다니고, 화답해 주시는 이웃들께 나도 인사한다. 모르는 아기의 손짓을 외면하지 않는 이 작고 다정한 마음들이 아기를 자라게 한다.


해가 거의 지고 더위가 한 김 식혀졌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흘러넘쳤다. 거의 혼자 있던 저녁 시간에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귀여운 친구가 생겼다. 그래서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산책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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