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을 찾아두세요.
출산 앞 둔 친구들에게 꼭 받는 질문이 하나있다.
"뭐 준비해야 해?! 다 준비한 건지 모르겠어."
대부분 이때쯤이면 육아 용품이야 나보다 잘 알고 이미 당근 알람이 울리고 있고 선물도 많이 받은 상태다. 필수 용품을 잘 챙겼는지 가볍게 확인해주고 이 말을 덧붙인다.
"아니 겪어보니까 이건 꼭 준비해야겠더라. 막달에 혼자보내는 시간 그때 꼭 알아봐야 해. 내가 뭘 할 때 행복한 지. 아주 아주 짧은 자유 시간에도 고민없이 바로 선택할 수 있는 작고 소소한 무언가 말이야. 어떤 육아 꿀템보다도 난 그 시간이 나를 다시 활기있게하는 꿀 중에 꿀 같은 시간이었어. 아기에게 행복한 엄마만큼 좋은 건 없잖아."
책장에 꽂아 둔 책 제목만 부지런히 읽기. 원두 맛 진한 라떼 한 잔. 집 앞 숲에서 숨쉬기. 버터에 설탕 녹인 토스트 만들어먹기. 자장가로 부를 찬양 연습하기. FM 93.1 라디오 틀기. 파란 소파에 앉아 멍 때리기. 스팀 청소하기. 해가 뜬 맑은 날 오전 10시 운전하기. 바글바글 끓는 된장찌개에 갓 지은 흰 쌀밥 한숟갈 호호 불어 먹기. 기억하고 싶은 것 대충 기록해두기. 마감 시간 있는 것처럼 조급하게 써 둔 글 퇴고하기. 찬바람불 때 테라스에서 따뜻한 음료 마시기. 토마토 스튜. 쭉쭉 스트레칭하기. 남편에게 목 마사지 받기. 친구와 전화 통화. 밟으면 터벅터벅 둔탁한 소리나는 나무 바닥 밟기. 식탁등만 켜고 앉아있기. 청바지에 운동화.
결국 마무리는 사진첩 속 바다 보기로 끝나지만 주어지는 아주 짧은 시간에 확실한 쉼이 돼주었다. 지금 당장 가능하고 구체적일수록 만족감이 크고 효율이 좋았다. 리스트가 다양할수록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니 고민하는 시간 대신 누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출산 전 수많은 "이것만은 꼭" 중 부디 이것만은 꼭 준비했으면 좋겠다. 출산과 관련 없는 사람이라도 연말에 발견해두면 새해에 더 자주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도. 나에게도 행복한 나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