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아기의 외증조할머니댁에서의 하루. 자주가던 외할머니 집에 아기와 우리 엄마와 함께 있으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장거리 운전에 아기까지 돌보고 낮잠도 못 잤더니 피곤했다. 얼른 잘 생각만 했다. 그런데 별 보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오늘 별이 많이 보일 거라고 꼭 같이 나가자고 몇 번을 신신당부했다.
결국 아기를 재우고 집을 나섰다. 나오니까 또 좋다. 설레는 마음으로 더 어두운 곳을 찾아 걸었다. 도시보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연탄재, 퇴비냄새와 축축한 밭의 흙냄새, 풀, 벼, 깻잎, 옥수수 자연 냄새가 뒤섞여 멀리 떠나왔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별 구경하다 일자목이 고쳐질 것 같았다. 고개를 뒤로 젖혀 아기 얼굴 바라보는 것만큼 열심히 쳐다봤다. 보면 볼수록 많아지고, 아롱거리는 움직임에 사로잡히는 황홀한 밤하늘. 얼마만인지 모른다.
무릎과 발목 곳곳 늘어났던 인대가 다시 임신 전으로 돌아오고, 10시간 넘게 자는 아가 덕에 잠은 오래 자지만 눈 떠 있는 동안 무거워진 아기를 24시간 사랑하는 일은 여전히 몸에 피로를 남긴다.
그날 밤 별을 보지 않았으면 시골 갔다 와서 피곤한 몸이 무겁게만 느껴졌을까. 상쾌하고 신선한 공기가 몸 속을 가득채웠다. 피곤이 이유가 되지 않도록 자연의 기운을 열심히 좇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밤. 남편의 별 사랑이 고맙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