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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생활의 기쁨

나의 아기 웃음치료사

by 한송이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과 흔들리는 그림자를 한참 바라보는 아기, 자기 바지 속 부드러운 기모를 한참 만지고, 손바닥을 펴 무엇이든 탁탁탁 두드리는 요즘.


엄마 몸을 지지대 삼아 서투르게 잡고 일어서면 그게 기쁜 건지 재밌는 건지 뿌듯한 건지 함박웃음을 짓는다.


아기가 한참 바라보는 걸 똑같이 본다. 두드려보는 걸 똑같이 두드려 본다. 재밌어하는 걸 반복해 본다. 먹기 전에 맛을 보고, 같이 먹는다. 무엇이든 나보다 더 천천히 즐기고 반복해 보는 아기를 기다리고 관찰하며 나도 다시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 바다는 다 안다. 어쩌면 이전부터 알고 있었을까. 침대에 아빠가 누워 있다는 것도, 가드가 아니라 배게라는 것도, 엄마가 안 자고 자는 척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놀랄 때마다 모를 줄 아냐는 듯 씩-하고 웃는 바다 녀석. 장난도 친다. 귀여워서 웃고 신기해서 웃고 예뻐서 웃고 잘해서 웃고 웃어서 웃고 어이없어서 웃는다.


이렇게 아기의 삶에 스며들어 산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순수한 생활이 기쁘고 즐겁다.


웃을 일만 있는 집안을 만들어주는 작은 존재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웃음치료사 바다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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