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8개월 만의 운동
드. 디. 어. 운동하러 갔다. 임신 중에도 매일 걷고, 밤낮으로 요가를 했었다. 출산하고 50일까지도 아기가 자는 틈을 타 스트레칭은 꼬박꼬박 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 일이 많아지고, 아기와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나마 누릴 수 있던 개인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뒤집고 기어 다니기 시작하니 바닥 청소도 더 자주 하게 됐다. 침, 토, 쌀과자가 뒤엉켜 묻어있는 옷과 이불도 세탁해야 하고, 이유식과 남편 밥을 챙기기 위해 요리하고 설거지도 더 자주 한다. 잡고 서기 시작하니 아기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지고 엄마랑 노는 법을 알게 되니 눈 떠 있는 시간이 빠듯하다.
가끔 누가 날짜를 물어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하루는 반복되는 쇼츠와 릴스처럼 재생되고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있다.
그동안 모아뒀던 근육은 다 빠지고, 체력도 바닥이 났다. 아기를 안고, 씻기고, 놀아주고, 먹여주느라 어깨는 굽었고, 목 뒤부터 날개뼈까지 뻗어있는 승모근은 생활 습관대로 굳어 오른쪽 편두통으로 경고장을 날려댔다.
"아, 운동하고 싶다."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피트니스 센터 일을 하는 남편 스케줄. 아이러니하게도 난 운동할 시간이 없다. 한다고 해도 다음날 다시 하루종일 아기 돌볼 생각을 하면 힘들고 피곤한 하루를 만들어서는 안 됐다.
그래도 산책은 꼭 챙겨했다. 추위가 오락가락하며 칠보산 땅을 얼렸다 녹였다 한다. 봄 냄새가 벌써 나면 안 되는 건데 정말 이렇게 봄이 오려나. 12월인데. 1월인데. 어느새 2월이 코 앞에 와 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다. 봄이 오고 날씨가 풀리면 매일을 소풍처럼 보냈다. 바다랑 같이 뛸 체력이 없다고 상상하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졌다.
출산 8개월을 꽉 채우고 드디어 꿈꾸던 운동을 했다. 남편 덕에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을 체험할 기회가 생겼다. '아, 못 따라가면 어떡하나. 토 나오면 어떡하지. 중간에 포기하려나.' 걱정을 머리에 이고 운동 공간에 입장했다.
1시간 꼬박 몰입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찼고 중간중간 토할 것 같은 위기는 있었다. 기분은 금방 신났고 몸은 리듬감 있게 움직여졌다. "아~이거지!!" 쓰던 근육을 셀 수 없이 움직이니 소리 없는 아우성이 따로 없다. 몸은 가벼워졌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이 채워졌다.
나의 아들에게 명랑하고 활기찬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겨울이 갑자기 떠나기 전에, 햇빛 냄새나도록 뛰어다니는 봄을 상상하며 다시 체력을 끌어올리기로 한다. 육아 체력. 끌어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