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김이 모락모락
“설날에 어디 갈까?”
친정 식구들과 설날 계획을 세우다 멀리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디 떠날 돈으로 삼시세끼 맛있는 거나 잔뜩 먹자.”
아기 짐을 트렁크에 한가득 싣고 보니 우리에게는 여행이나 다름없었다. 도착하자마자 꽃무늬 한복 저고리를 입은 채 세배 아닌 세배를 했다. 우리 엄마 아빠가 저렇게까지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구나. 아기가 주는 웃음이 비현실적으로 커다랗게 느껴졌다.
바다는 할머니네 집 바닥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리며 기어 다니고, 팔이 닿으면 잡고 서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댔다. 도리도리, 죔죔, 손뼉 치기 등 할 수 있는 동작도 많아져 감탄과 놀라움이 집안 가득했다. 그럴 때마다 본인도 제법 뿌듯한 지 만족스러운 웃음을 헤헤거렸다. 어른들 눈에 작고 작은 아기의 이 움직임은 보고 또 보고 싶은 재롱이자 기쁨이었다.
“눈 쌓였다. 쌓였어!”
아빠는 눈 밭에 앉은 바다가 보고 싶었는지 언제 눈이 오나 몇 번을 말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때마침 테라스에 눈이 가득 쌓여있었다. 베란다 문만 열면 닿을 거리지만 가족 모두 패딩을 단단히 챙겨 입고 나갔다. 눈부시도록 희게 쌓인 눈 위에 폭 앉아있는 아기의 모습이 눈부셨다. 눈과 눈 위에 그대로 내려앉은 여린 눈꽃송이들이 아기와 참 잘 어울렸다.
팔을 높이 뻗어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를 만지려고 손가락을 움직이던 조그만 손짓에 피식 웃음이 났다. 따뜻한 커피와 차를 나눠마시며 몸을 녹였다. 달콤한 낮잠을 자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갈비찜을 잔뜩 먹었다.
바깥세상은 꽁꽁 얼었지만 아기와 함께 모여있는 우리 집은 더 없이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