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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는 길

소망 없는 불행/페터 한트케

by 하루하늘HaruHaneul

바라고 희망하는 것을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 가져오는 어두운 그늘. 그 그늘에 빛을 비추는 건 신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살아보려 애쓰다 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한 여자의 이야기다.


시간이 흘러 고통이 없어지는 것 자체가 끔찍한 일이 있다. 타인에게 이해시킬 수도 전달할 수도 없는 일을 당한 주인공. 어머니의 부고를 신문기사로 접한다. 통증이 느껴지는 의식을 부여잡고 누구보다 어머니를 잘 아는 자신이 기자처럼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그녀의 사건을 써보려 한다.




어쨌든 말문이 막혀버렸던 짧은 순간들과 그런 순간들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고 옛날부터 내게는 이런 욕망들이 글을 쓰게 하는 동기였다.




자유를 얻기 위해 아끼고 아끼는 삶을 반복하다 세상을 뜬 할아버지를 둔 덕분에 아들은 기술을 배워 목수가 됐고 그 아들은 자식을 여럿 거느린 작은 땅을 가진 소작농이 됐다. 그 가정에서 오빠들 사이 여자로 태어난 어머니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 배우고 싶은것이 많았지만 <피곤하고/ 기진하고/병들고/죽어가고/죽고>의 삶을 산 여자들처럼 의무교육이 전부였다. 무언가 배움에서 소망을 느끼던 어머니는 할아버지가 주지 않던 기회를 스스로 찾아간 자의식에 찬 쾌활하고 생기발랄한 여성이었다.




50여 년 전 어머니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 회상하며 써 내려간 글과 글 사이에서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이해와 사랑과 연민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상실의 감정은 시간이 필요하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애도가 필요하다. 작가 페터 한트케는 긴 장문의 형식으로 어머니의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래야만 했던, 그래서였던 시간들에 대해 이해를 해보려 지난 시간을 촘촘히 뒤적거린다. 아들이 들여다보는 행복하지 못했던 한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라면 그 마음이 어떠할까. 이 소설에 눈물이 고이는 이유다.




소망 없이 사는 게 어떤 식으로든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으며, 소망 없이 사는 걸 모두가 불행하게 생각했다. 다른 삶의 형태와 비교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다고 더 이상 욕망도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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