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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오늘을 잡이라/솔 벨로

by 하루하늘HaruHaneul

1950년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 75년이 지난 지금 머나먼 이국 땅에서도 일어난다면 이 글을 쓴 작가는 도대체 얼마나 인간의 본성에 깊이 파고들어 간 것일까?


철이 들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절망의 사십 대 아들과 사회적으로 빈틈없이 완벽해 보이는 아버지, 둘은 닮아있다. 인간의 존재와 허상, 자유와 책임, 헌신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흔들림 없는 나이가 되려면 커다란 고개 하나쯤은 가뿐하게 넘어야 하는 모양이다. 한 남자의 하루에 인간사를 담았다. 스스로 선택하는 무모한 결정들이 빚어내는 결과물의 주인공 토미 윌헬름은 안정된 가정에서 자란 키가 크고 매력적이며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런 외모가 젊은 날의 그에게 허황된 꿈을 꾸게 했고 선택한 꿈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과거의 불운과 고단함 그리고 실패와 좌절로 현재의 연약한 자신을 바닥까지 드러내고 있다.


윌헬름의 아버지 애들러 박사는 전직 의사로 아내와 사별한 후 뉴욕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글로리아 호텔에서 남은 생을 보내는 중이다. 뉴욕 최고의 진단의라는 과거의 명성을 안고 모두의 우상으로 타인의 아첨과 칭찬을 바라며 호텔의 다른 노인들위에 군림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친절한 멋쟁이라 생각하고 호텔 로비에 앉아 보이지도 않는 뉴욕 헤럴드 신문을 펴고 앉아 남의 칭찬을 기다리는 자아도취에 빠진 허영스러운 노인네다. 실패한 아들의 과거를 숨기고 잘 나가던 때를 부풀려 얘기하고 정작 아들이 자신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는 아픈 마음에는 무심한 아버지다. 물질적인 지원은 말할 것도 없이 정서적 지원도 하지 않는다. 대책 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와 별거 중이고 아이들 양육비를 염려하는 아들이 그저 못마땅하다.


자신의 어긋남을 진심으로 말리고 애쓰던 사람은 돌아가신 어머니뿐이다. 배우가 되겠다며 학교를 그만두겠다던 아들을 염려하고 안정된 직장을 갖기를 바라던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바람은 청춘의 아들에게 너무 답답한 소리였고 세상의 거짓과 냉소주의, 만족할 줄 모르는 생존 경쟁, 더러움, 혼란과 범죄의 혐오를 외치며 자신이 놓여있던 곳을 박차고 원하는 곳으로 떠난다. 위헬름이 배우가 되려고 방황하며 버린 7년의 세월은 그에게 교육의 기회를 앗아갔고 여전히 돌파구를 찾아 헤매는 중년을 되어버린 것이다. 보통 사람의 삶을 가벼이 여기며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 그의 마음이었을 뿐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원하는 것만을 따라서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폐부, 신경, 체격, 기질 같은 것들을 바꿀 수 없다. 그것들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젊고 팔팔하고 매사에 충동적이고 세상 돌아가는 방식이 불만스러울 때는 자신의 자유를 주장하기 위해 그런 것들을 마음대로 뜯어고쳐 보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정부를 전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딴 사람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그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었다, 또한 본질적으로는 자신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듯이 '토미 윌헬름'이라는 사람으로 둔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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