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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노래 06

비상착륙/살아서 돌아오는 길

by 하루하늘HaruHaneul

날개를 접었다 천천히


덫에 걸리지 않도록

날개를 접었다 서서히


휘청거리며 추락하지 않도록


날개를 접었다


사람은 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으며

땅으로 내려왔다


웅장하고 그럴싸했지만

내 등을 뚫고 나온 건 아니었다


날개를 접었다


고통과 아픔은 충분했지만

진짜 날개는 아니었다


펴진것을 접는 것은 어려웠다

한없이 허우적거리던 허공이 있었다


눈부신 태양을 향해

겁 없이 날아올랐다


푸른 창공을 헤엄치듯 날아올랐다


온몸이 부서지는 줄도

앞이 캄캄해지는 줄도 모르고 날아올랐다


지쳐서 쓰러지는 게 아니라 애써 부인했다

그냥 때가 되어 착륙한다며 허공에 외쳤다


돌아오는 길은 힘이 들지 않는다.

마음이 아플 뿐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안전하게 내려앉는다


걸어 다니는 인간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발을 디뎌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제야 알게 됐다

땅 위를 걷는 인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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