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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코알라 Dec 03. 2022

엄마! 그 친구를 도와줄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나의 아이가 말했다.

9살 아이가 들려주었던 학교 이야기

그 속에 담겨있는 아이들만의 작은 세계를 경험하며~



학교에 다녀오면 쫑알쫑알 그날 있었던 학교 이야기를 엄마와 하는 시간 속에서

아이가 들려주는 학교 이야기는 같은 날이 없다.


늘 다르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나며, 어떤 날은 좋았던 친구가 어떤 날은 속상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의 이야기 속에는 9살 아이들만의 작은 세계가 있었다.



어느 날, 고민이 생겼다는 아이가 들려준 그날의 이야기

엄마도 쉽게 답을 주지 못했던 그날의 이야기는~



대부분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즐겁고, 유쾌하고, 신선했다.

그래서 아이를 통해 경험하는 9살 아이들의 작은 세계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어느 날, 고민이 생겼다는 아이가 들여준 그날의 이야기는

평소와는 달리 무거웠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아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러했다.

자기 반에 키가 크고 힘이 센 여자아이 2명이 키가 작고 힘이 약한 남자아이 1명을 

쉬는 시간마다 괴롭히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여자아이 2명이 남자아이에게로 다가가서  

조용히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남자아이에게 자꾸 시비를 걸고 건드리며 

때로는 멱살을 잡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 눈에는 남자아이가 싫어하는 게 너무 눈에 보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는 여자아이들에게 남자아이가 싫어하는 것 같으니 그러지 말라고 얘기도 해보았는데

그런 얘기를 몇 번 하니 여자아이들이 되려 자기한테 서운함을 느껴서 

그 마음을 또 풀어줘야 하니 힘이 든다고 했다.

여자 친구들이 그런 모습만 아니면 사이좋게 놀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엄마~ 힘이 세면 힘이 센 친구한테 도전하는 게 맞지 않아?"

드디어 내가 그 친구를 도와줄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힘이 세면 힘이 센 친구한테 도전하는 게 맞지 않아? 

근데 힘이 약한 친구한테 힘자랑을 하는 건 괴롭히는 거자나 맞지?"


너의 생각이 맞다고 이야기해주면서도 그래서 어떻게 그 남자아이를 도와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아이에게

어른인 나 또한 쉽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그날의 대화는 "우리 한번 같이 생각해보자, 엄마도 생각해보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얘기해줄게"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그 이야기가 계속 떠올라 생각해보았지만 뚜렷하게 아이에게 해줄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솔직히, 엄마 마음으로는 아이에게 되려 곤란한 일이 생길까 봐 우려되는 마음이 크기도 했다.

그렇다고 차마 모른척하자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이에게 잘못된 걸 가르칠 수는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가 먼저 그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학교를 다녀온 그날, 아이가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엄마 내가 그 친구를 도와줄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그래서 그렇게 해봤더니 정말 해결이 됐어!"


아이는 며칠을 더 고민했고, 직접 여자아이들에게 얘기하는 건 더 이상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부딪히지 않으면서도 남자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바로, 쉬는 시간에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에게 다가갈 때 친구들과 하던 재미있는 놀이를 같이하자며

불렀다고 한다.

"얘들아, 이 놀이 재미있는데 같이 할 사람 모여라~"


그랬더니 여자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기한테도 모여들었고,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 여자아이들이 그 남자아이에게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로 자기는 여자아이들과도 잘 놀 수 있었고, 남자아이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지 않게 되어

좋은 방법이었다며 흡족해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어른인 엄마보다도 낫는구나! 하는 생각과

수많은 고민을 하며 이 고민을 해결하려고 애쓴, 그리고 결국 해결한 아이가 기특하고 대견했다.

아이의 성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겨울방학식이 있던 2학년 교실로 마지막 등교를 한 그날,

남자아이가 나의 아이에게 건넨 말은 "그동안 고마웠어"




그 후로 아이는 그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고,

나 역시 잘 해결되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그 일을 잊고 지냈다.


겨울방학식이 있던 날,

아이는 2학년 교실로 마지막 등교를 했고 방학 후 학교에 다녀와서 들려준 이야기는 

잊고 있던 그날의 이야기와 다른 감동이 전해졌다.


"엄마~ 나 오늘 깜짝 놀랐잖아! 아니 그때 그 남자아이, 그 아이가 나한테 오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야

oo아~ 그동안 고마웠어~라고"


"난 그 남자아이가 내가 도와줬다는 걸 모르는지 알았거든, 근데 알고 있었다는 거에서 깜짝 놀랐어!" 

그리고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가 얘기를 나한테 하려고 용기 내서 와준 게 고맙게 느껴졌다는 말도 이어갔다.


아, 순간 울림이 전해졌다.

그걸 남자아이가 알고 있었구나,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마지막 등교하는 날에는 꼭 전하고 싶어

큰 용기를 냈겠구나, 나이 아이는 또 그런 친구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꼈구나.





어쩌면 어른 세계보다 더 깊고, 더 진한 울림이 오가는 아이들의 작은 사회인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많은 걸 경험하고 부딪히고, 또 해결해가며 그렇게 성장하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9살 아이가 들려주었던 그때 그 교실에서의 이야기는,

내게 많은 울림을 주었고, 또 여전히 그 울림은 가슴 속에 남아 이따금씩 꺼내보는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육아에세이

#육아

#엄마육아

#나의아이가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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