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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코알라 Aug 16. 2023

T형 엄마와 F형 딸이 팬시점에 가면 생기는 일

'담아야 내 것이 된다'

아트상자 앞 문구가 마음에 와닿는다!



휴일, 폭염을 피해 실내 쇼핑몰로 향한 우리 가족.

에너지가 넘치는 11살 딸아이는 쇼핑몰 안에서도 뛰어놀고 싶다고 하여 액티비티 활동을 예약해 놓고

그 사이에 잠시 들린 팬시점~. 아트상자라는 이름답게 이곳에 있는 모든 상품은 아트다.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문구용품 등 정말 뭐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는 가장 예쁜 상자 속이 아닐까! 



상자 속에 들어간 엄마와 딸은 따로 또 같이 바쁘다. 아직 아기자기한 문구용품을 좋아하는 엄마에게도 이 공간은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곳. 그렇게 우리는 팬시점 안을 바쁘게 누비며 눈 호강을 시작한다.



팬시점 입구에 쓰여있던 문구 "담아야 내 것이 된다"처럼 아이는 눈 호강 속에서도 내 것을 찾느라 바쁘다.

엄마가 언제 이곳에서 나가자고 할지 모르는 무언의 촉박함 속에 원한다고 사준다는 보장도 없는 불확실성이  더해져 왠지 그냥 나가기는 아쉬운 이곳에서 아이는 바쁘고 또 바쁘다.




"아니, 여기에는 사실 정말 꼭 필요한 건 없는데, 

예뻐서 사고 싶은 건데!" 아이의 말은 정답이다!




아이가 먼저 집어 든 것은 키링이었다. 말랑거리는 촉감이 좋다며 키링을 내밀면서도 집에 잔뜩 사놓은 키링을 스스로도 모른척 할 수없기에 이 키링은 꼭 학교가방에 달고 다니고 싶다는 말을 더한다.

"집에 키링이 많은데, 꼭 필요한 건지 생각해 볼까?"

"아니, 여기에는 사실 정말 꼭 필요한 건 없는데, 예뻐서 사고 싶은 건데"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인 듯 혼잣말인 듯 내뱉고 뒤돌아서는 아이의 모습에 터지려는 웃음을 참아보았지만 조금은 새어 나왔다. 후훗.



아이의 말은 정답이다. 아트상자에는 꼭 필요한 생필품을 사러 오는 곳이 아니기에 그저 예쁘고 가지고 싶어서 사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 곳이다. 여기에서 꼭 필요한지를 묻는 T형 엄마에게 굳이 소중한 나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힘을 빼지 않는 자기애가 강한 F형 딸이다.




슬라임을 손에 든 아이의 눈빛을 심하게 흔들리게 한 것은?




결국 아이가 오래 머무른 곳은 슬라임 진열대 앞이었다.

엄마가 평소에 성분이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잘 사주지 않는 항목 중 하나가 슬라임인데, 아이는 여전히 손으로 만지는 촉감놀이가 즐거워 슬라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슬라임을 하나 집어 들고 와서 아이는 마음속으로 몇 번을 준비했을 말을 꺼낸다.



"엄마, 슬라임 잘 안 사주는 건 아는데요, 아트박스 슬라임은 안전스티커가 붙어있어서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저렴한 게 아니라 엄마가 걱정하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게 아니고 마침 지난번에 할아버지가 슬라임 사라고 주셨던 용돈도 있는데 사면 안될까요?"

기분 좋게 전달하면 웬만하면 들어주지만 떼를 부리며 사달라면 들어주지 않는 엄마란 걸 잘 아는 아이는 성공확률을 높여가기 위해 평소 잘 안 쓰는 높임말까지 쓰며 제안한다.

오케이~를 외치는 엄마의 말에 슬라임을 든 아이는 신이 났다.



그리고 난 눈여겨보았던 수첩을 아이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수첩 어때? 단어 외울 때 재미있게 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가 내민 것은 수많은 예쁨이 가득한 아트상자에서 가장 덜 예쁠 것 같은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단어수첩이다.



순간 슬라임을 손에 들고 있던 아이의 눈이 심하게 흔들린다.

"아... 수첩... 이거 단어 외울 때 유용할 것 같은데... 혹시 슬라임 대신 이걸 사주는 거야?"

"아니~ 이건 필요하다면 엄마가 하나 더 사주려고 골라본 거야!" 

나의 말에 아이가 그제야 심하게 흔들리던 눈빛이 가라앉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수첩을 다시금 살펴본다. "아 이거 이렇게 쓰는 거구나~ 아 단어 외울 때 정말 유용하겠구나" 책에서 대사를 읽듯 영혼 없어 보이는 아이의 반응이 그저 귀엽다.

영어학원에서 주 3회 단어시험을 보기에 단어시험 스트레스가 있는 아이에게 조금 더 흥미 있게 단어를 외울 수 있는 아이템이 될 것 같아 골라보았는데. 과연?





T형 엄마의 목표 달성, 그리고 인정을 가득 받은 F형 딸의 만족!




그렇게 아트상자에서 사 온 슬라임과 단어 수첩!

그날 저녁, 아이는 슬라임을 가지고 마음껏 논 후 방에 들어가 뭔가를 한참 집중해서 한다.

"엄마~ 이렇게 쓰는 건가 봐! 이거 정말 좋네!" 아이가 들고 나온 것은 바로 단어 수첩!

단어수첩으로 내일 외워도 되는 영어 단어를 미리 외워본 것을 보면 일단 T형 엄마의 목적 달성이다!



예쁘기만 한 곳에서도 계획적으로 쓰임의 목적이 분명한 것을 고르는 엄마와 단어수첩을 쓰면서도 감성적으로 그림을 함께 그려 넣으며 흥미의 요소를 더해보는 F형 딸. 

엄마의 폭풍칭찬과 격려에 인정과 칭찬을 좋아하는 F형 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음 단어도 미리 외워볼까라며 흥에 흥을 더해본다.








우리 집 또 다른 F형의 만족은?




엄마와 딸이 예쁨이 가득한 아트 상자에서 눈호강을 하며 즐거워했다면

우리 집 또 다른 F형인 신랑의 눈호강은 바로 이곳!

자동차 전시장에서 눈호강을 가득하고 만족한 F형 신랑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에게 끊임없이 자동차를 알아보는 과정에 대해 말하고,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지 묻는 T형인 나, 우리 집의 흔한 풍경이다. 후훗.








#육아에세이

#초등학생

#아트박스

#엄마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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