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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코알라 Sep 03. 2023

꿈을 일찍 찾을 수 있으니까 좋겠다!


"엄마~ 혹시 피곤하면 파도 타면서 좀 쉬고 있어"




11살 딸아이의 넘치는 체력은 여전하다. 점점 상승곡선인가 싶기도 한 그녀의 지치지 않는 체력.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학교, 학원을 다니느라 피곤해하기도 하고 체력이 떨어지기도 한다는데

학원을 5개나 다니면서도(몸을 많이 쓰는 댄스와 수영, 점핑 포함) 여전히 우리 집 에너자이저는

체력이 넘친다.


"엄마 난 피곤하다는 게 뭔지 잘 못 느끼겠어" 그녀의 명언이다.

언젠가는 아침 10시에 개장하는 워터파크에 들어가서 저녁 7시에도 나올 생각이 없는 아이에게

이제 그만 나갈까? 했더니 "엄마 혹시 피곤하면 옆에 파도풀에서 파도 타면서 좀 쉬고 있어"라고 말하는 아이.

파도 타면서 쉬라는 말이 어찌나 신선했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훗




"내일은 커플룩 입고 아이스링크장 가서 스케이트 탈까?"




어제도 하루종일 뛰어놀고도 남은 에너지를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를 데리고 저녁 산책을 나왔다.

아이만 데리고 나온 게 아니라 체력이라면 빠지지 않는 또 다른 에너자이저 우리 집 5살 강아지도 함께 나왔다.

킥보드를 타고 한참을 놀던 아이가 뒤에서 땀범벅이 되어 겨우 쫓아가는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우리 내일은 커플룩 입고 아이스링크장 가서 스케이트 탈까?"

이 밤에도 킥보드를 타고 있으면서 내일 또 뭘 타자고;; 그냥 스케이트장 가자면 안 통할 수도 있으니

엄마가 좋아할 포인트 '커플룩'입고를 넣어준다. 체력만큼이나 센스 역시 넘치는 아이.




아이스링크장에서 머문 생각~누가 더 행복할까?




그렇게 우리는 다음날, 흰 티에 청바지를 맞춰 입고 아이스링크장으로 향했다.

가끔 오는 빙상장인데 오늘은 그동안 왔던 날 중에 가장 사람이 없던 날이었다.

덕분에 큰 빙상장을 누비며 신나게 돌고 또 돌고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

사람이 없는 덕에 빙상장 가운데 열심히 연습을 하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3명이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무한 반복하며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또 보게 되었다.

빙상장 가운데에는  당찬 모습으로 꽤 어려운 동작을 연습하며 넘어지면 바로 일어나는 아이들이 있었고

빙상장 외곽으로는 그 또래 아이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한걸음 한걸음을 겨우 떼며 웃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내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 누가 더 행복할까?

내가 가진 재능을 일찍 발견해서 어린 시절부터 도전을 통한 성취감을 느끼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와

넘어질까 봐 한걸음 한걸음 겨우 떼며 빙상장이 주는 아찔한 즐거움을 느껴보는 아이  

마음에 드는 동작이 나올 때까지 끝없이 연습하며 이미 무수히 많은 성취경험과 실패를 느껴봤을 아이와

얼음판 위에서 한걸음을 겨우 떼며 나이에 맞는 아찔한 즐거움을 느껴보는 아이

엄마인 나의 눈에는 그 모든 아이가 그저 사랑스럽고, 대견하고, 기특했다.



꿈을 일찍 찾을 수 있을 수 있어서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가 말했다.

"엄마 아까 가운데에서 연습하던 아이들 봤지? 어릴 때 한 가지를 뛰어나게 잘하면 꿈을 일찍 찾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나의 눈에 들어왔던 장면이 아이의 눈에도 똑같이 들어왔고, 아이도 그 장면에 머물렀었나 보다.

"난 잘하는 게 많은데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하는 한 가지는 없잖아, 미술도 수영도 춤도 다 좋아하고 잘하기는 하지만 뛰어나게 잘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걸 골라서 내 꿈은 아이돌이야"

춤추는 걸 좋아하는 아이, 유명해지는 게 소원이라는 아이의 꿈은 아이돌이다.


엄마가 머물렀던 장면에 같이 머물러 생각을 나눠주는 아이가 사랑스러웠다.

"우리 딸은 한창 다양하고 많은 꿈을 꾸는 게 가장 중요한 때니까, 지금처럼 많은 꿈을 꾸면 좋겠어"라는 나의 말에 아이가 말한다.

"응 나는 하고 싶은 게 많거든, 그래서 순서대로 해볼 거야~ 15살에 아이돌로 데뷔해서 30살까지 가수를 하다가 30살에는 아나운서가 될 거야. 내가 말을 좀 잘하잖아, 선생님들이 내가 발표하면 발음이 아주 좋다고 하시더라고. 아이돌 출신 아나운서가 되면 인기도 많을 거니까~ 그렇게 아나운서를 하다가 50살에는 선생님이 될 거야~ 그럼 아이들이 나한테 선생님~ 노래 좀 불러주세요~ 하겠지? 훗"

넘치는 체력만큼이나 많은 꿈을 꾸고 있는 아이가 오늘따라 더욱 싱그럽다.







빙상장에서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면서도 찡그리지 않고 될 때까지 같은 동작을 연습하던

한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새삼 아이를 통해 어른이 배워가는 세상이 느껴졌던 순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차가운 빙상장 바닥을 짚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던 아이의 모습에서

어른인 내가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할 오늘의 이유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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