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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코알라 Nov 20. 2022

아빠~ 나 좀 번쩍 들어 올려봐!

이제는 30킬로가 훌쩍 넘은 아이가 말했다

물만 보면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장난을 치던 아빠, 그땐 30대였구나!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물만 보면 아이를 들어 올리고는 물에 빠뜨린다며 장난을 치던 아빠,

그땐 정말 아이를 '번쩍'들어 올려 빙글빙글 돌리는(?) 탓에 보는 엄마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평균보다 겁이 상당히 없는 아이는, 한 번도 물에 빠질까 봐 무서워한 적이 없이 이 상황을 즐기며 더 크게 외쳤다.

아빠~ 더더더~

아빠~ 더 번쩍~


사진으로 남은 그 시절의 모습을 보니, 문득 든 생각 아빠 그땐 30대였구나!

아이도 어렸고, 아빠도 어렸던(?) 그 시절이 지나고

아이는 폭풍성장을 했다.




이제는 체중이 30킬로가 훌쩍 넘을 만큼 커버린 아이, 

아침이면 공복에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도, 

편의점에서 칼로리를 확인하는 것도 알아가는 '여자'아이가 되어가고



10살 아이는 이제 체중이 30킬로가 훌쩍 넘어 체중관리를 신경 쓰는 여자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내복까지 훌렁 벗고 경건한 마음으로 체중계에 올라가서 숫자를 확인하고

그 숫자에 따라 아침의 컨디션이 결정되는 정말 '여자'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푸훗~


편의점에서 간식을 고를 때마다 꼭 과자봉지나 음료에 쓰인 칼로리를 확인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칼로리를 확인하고는 늘 먹는다는 것이다.

칼로리가 낮으면 기분 좋게 먹고, 칼로리가 높으면 이건 생각보다 너무 높다면서도 먹는다ㅎㅎ



엄마~ 이건 비밀인데, 우리 반에 30 모임이 있거든~

근데, 물어보니까 아니라는 거야~ 아니 보기에 분명한데!



학교에 다녀오면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재잘거리며 하는 것을 좋아하는 딸아이로 인해

난 20명이 훌쩍 넘는 아이의 반 친구들의 이름과 특징을 제법 알고 있다.


어느 날은 학교에 다녀온 딸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 이건 비밀인데 우리 반에 30 모임이 있거든~ 지금 현재 나까지 5명이야~"

"30 모임? 그게 어떤 모임인데?"

"응~ (정말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또 한 번 속삭이듯) 몸무게 30킬로가 넘는 여자아이들 모임이야~"

"정말? 재미있는 모임이네! 근데 30킬로가 넘는 건 어떻게 서로 알았어?"

"엄마~ 그건 딱 보면 알지! 딱 봐서 분명 30킬로가 넘는다고 생각되면 그 친구한테 가서 속삭이는 거야~ 30 넘지? 그런 30 모임 하자~하고"


아 정말 아이들만의 세계는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어지는 아이의 얘기에 또 한 번 빵 터지고~

"근데 엄마~ 분명 30이 넘는 친군데, 내가 물어보니까 아니라는 거야~ 아니 보기에 분명한데! 근데 아니라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고~"



아이는 30킬로가 넘었고, 아빠는 40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아빠는 아이를 들어 올린다! 아빠 더 번쩍~



아이를 언제까지 번쩍 들어 올려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폭풍 성장과 함께 언젠가는 사라질  모습임을 알기에 사진으로 열심히 남겨놓는다!


아빠~ 더더더~

아빠~ 더번쩍~

여전히 아이는 아빠에게 외치고 있다.


달라진 건 조금 천천히 들어 올려져서 조금 짧게 머문다는 것과

아빠의 급변하는 얼굴 근육뿐 ㅎㅎ




#폭풍성장

#30모임

#번쩍들어올려봐

#육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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