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함께 전통시장 장보러 가기 (길거리 음식 사먹기)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길게 늘어질 즈음, 아들과 함께 용인재래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주말 저녁 식탁에 올릴 족발 무침이 문득 생각났거든요. 아들에게 운전대를 부탁하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같은 용인이라 해도 수지에서 중앙시장까지는 제법 거리가 됩니다. 서울 나들이를 가는 것만큼이나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여정이지요. 조수석에 앉아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어느덧 능숙하게 차선을 맞추는 아들의 옆모습이 듬직하게 다가옵니다.
시장 특유의 활기가 가득한 거리에 들어섰습니다. 아들에게는 이곳의 모든 풍경이 처음 마주하는 생소함인 모양입니다. 족발거리, 만두거리, 과일거리... 저 역시 그리 자주 찾는 곳은 아니지만 아이 앞에서는 제법 길을 잘 아는 척 능숙하게 걸음을 옮겨봅니다.
목표했던 족발을 챙겨 들고 돌아오는 길, 멀리서부터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호떡집 앞이었지요. 평소의 저라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내하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마음이 조금 달랐습니다.
"호떡 하나 먹고 갈까?" 하는 물음에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거든요.
아이는 예닐곱 살 무렵부터 유난히 호떡을 좋아했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분당에서 경기 외곽 버스를 타고 남대문 시장 입구까지 호떡 하나를 먹으러 기꺼이 길을 나서곤 했지요. 긴 줄 끝에 얻어낸 그 뜨겁고 달콤한 것을 손에 쥐고,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려 셋이 함께 집으로 돌아오던 그 저녁은 지금 생각해도 참 평온하고 따스했던 기억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호떡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가장 행복했던 한 조각을 소환해 주는 매개체와 같습니다.
기분 좋은 기다림 끝에 양손 가득 호떡이 든 종이컵을 쥔 아이. 뜨거운 김을 호호 불며 흡족해하는 아이의 표정을 가만히 응시합니다. 입대를 앞두고 함께 보내는 소소한 외출이, 훗날 아이에게도 남대문의 호떡처럼 따뜻한 기억의 온도로 남을 수 있을까요.
종이컵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 덕분에 돌아오는 차 안의 공기도 한결 포근했습니다. 오늘 우리의 시장 행은 호떡의 달콤함만큼이나 충분히 성공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