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화이트데이 초콜릿 받기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작은 촛불 하나를 밝혔습니다. 거창하진 않아도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는 소박한 의식이지요. 남편은 주저 없이 촛불을 끄며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묻어나는 솔직하고도 인간적인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저 역시 마음속으로 나란히 빌어보았습니다.
아들은 아빠에게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위수정의 『눈과 돌멩이』를 건넸습니다. 책내지에는 아빠의 소망을 응원하는 마음과, 내년 생일엔 곁을 지키지 못하는 미안함이 담담하게 적혀 있더군요. 아빠를 생각하며 골랐을 고민의 흔적과 정갈하게 써 내려갔을 글자 속에서 아들의 마음이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문득 내년의 오늘을 상상해 봅니다. 늘 셋이서 함께였던 이 식탁에 아들의 빈자리가 생길 그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임에도 가슴 한구석이 조금은 저릿해오는 것을 느낍니다. 익숙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소중함을 다시 배우게 되는 모양입니다.
저는 올해 남편에게 '건강'을 선물했습니다. 늘 저와 아들를 챙기느라 정작 본인은 뒷전이었던 사람. 이제는 당신을 가장 먼저 돌보는 것이 우리 가정의 긴 행복을 위한 길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습니다.
마침 오늘은 화이트데이이기도 하네요. 남편이 잊지 않고 건네준 딸기 초콜릿의 달콤함이 입안 가득 번집니다. 아들한테는 늦은 오후에 카페에 가서 초콜릿 대신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긴 아포카토를 얻어 먹었습니다. 여전히 다정한 남편과 듬직한 아들, 두 남자 사이에서 맞는 이 평온한 하루가 참으로 귀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