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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Sep 26. 2023

너도 그런 날 있지?

그런 날 흔한 그런 글

비는 오고, 약속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

그런 날 있잖아, 그런 날. 맞아, 그런 날이다


유튜브 쇼츠를 잠시 보다, 바다 영상을 잠시 보다,

시집도 잠시 보다, 보다 더 심심해지는 가 보다.


이유 없이 나가고  싶은데,

체력은 항상 출근이라는 이유를 따지고.

문 밖을 나갈 용기가 안 나고

화장실로 들어갈 용기만 나서 그냥 일찍 씻었다

그렇게 난 벌써 헐렁한 민트색 잠옷을 입고 누웠소.


다시 심심해졌다. 잊지 않았겠지?

오늘은 그런 날이니까.

대자로 누워 휴대폰을 들었고, 신춘문예 수상작을 읽어본다.

내가  접할 수 없는 청신한 글들, 아, 숨 막혀

솔솔 틀어놓은 선풍기 바람이 목구멍을 죄는 기분이다.

내 비루한 글들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씻겨 내려가

세상에 드러나는 기분.

난 왜 달팽이로 태어나지 못했을까. 

딱딱한 석회질에  숨고 싶다

 

알람이 뜬다. 댓글이 달렸다.

글을 이렇게 잘 쓴단다.

나는 다시 배시시 웃는다.

소심한 성격에 부끄러워 답도 달지 못한다.

다시 내 촉수가 이불 밖에 나온다.

고마워요.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오늘은 왠지 한 겹의 파자마 같은

얄브스름한 글을 써야겠다.


못난 글쓰기라 읽어줄 사람도 적으니

아무렴 어때.


여태 이런 글 저런 글을 썼다.

감성글, 수필, 소설, 논리글......

하지만 그런 날에 그런 글은 없었구먼.


그래서

그냥 적어 본다.

쪼끔 기분이 나아진다.


내 글을 읽는 당신도 내 마음을 알까

내 쪼끔을 네게도 쪼끔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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