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오고, 약속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
그런 날 있잖아, 그런 날. 맞아, 그런 날이다
유튜브 쇼츠를 잠시 보다, 바다 영상을 잠시 보다,
시집도 잠시 보다, 보다 더 심심해지는 가 보다.
이유 없이 나가고 싶은데,
체력은 항상 출근이라는 이유를 따지고.
문 밖을 나갈 용기가 안 나고
화장실로 들어갈 용기만 나서 그냥 일찍 씻었다
그렇게 난 벌써 헐렁한 민트색 잠옷을 입고 누웠소.
다시 심심해졌다. 잊지 않았겠지?
오늘은 그런 날이니까.
대자로 누워 휴대폰을 들었고, 신춘문예 수상작을 읽어본다.
내가 접할 수 없는 청신한 글들, 아, 숨 막혀
솔솔 틀어놓은 선풍기 바람이 목구멍을 죄는 기분이다.
내 비루한 글들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씻겨 내려가
세상에 드러나는 기분.
난 왜 달팽이로 태어나지 못했을까.
딱딱한 석회질에 숨고 싶다
알람이 뜬다. 댓글이 달렸다.
글을 이렇게 잘 쓴단다.
나는 다시 배시시 웃는다.
소심한 성격에 부끄러워 답도 달지 못한다.
다시 내 촉수가 이불 밖에 나온다.
고마워요.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오늘은 왠지 한 겹의 파자마 같은
얄브스름한 글을 써야겠다.
못난 글쓰기라 읽어줄 사람도 적으니
아무렴 어때.
여태 이런 글 저런 글을 썼다.
감성글, 수필, 소설, 논리글......
하지만 그런 날에 그런 글은 없었구먼.
그래서
그냥 적어 본다.
쪼끔 기분이 나아진다.
내 글을 읽는 당신도 내 마음을 알까
내 쪼끔을 네게도 쪼끔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