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롱이 Oct 09. 2023

요즘 유행하는 육각형 사랑을 아시나요?

이것도 MZ?

요즘 사랑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사실 내게 큰 의미는 없었다. 단지 불멸의 주제니까.

그래도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니까 그런 이야기들에 민감해진다. 사랑에 관한 기사나 대화가 들리면 내게서 보이지 않는 작은 촉수가 그곳에 달라붙는 느낌이다.


 어제는 주말 모임이 있었다.

신청은 안 했지만 회원들도 궁금하고 같이 어울리고 싶어 마칠 시간쯤 찾아가서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앉았다. 뒤에서 그들을 바라보니 나는 무대를 감상하고 있는 관객이 된 기분이다. 각각의 인생의 주인공들이 저마다 인생의 각본으로 삶을 보는 것 같았다. 난  혼자 지그시 웃으며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런저런 주제가 소낙비가 몰아치듯 내렸다가 사라졌다. 포기와 선택, 경제를 이야기하다 나왔다. 사랑. 한 사람이 말했다. 오케이. 그래 올 것이 왔다.

"요즘 MZ들이 결혼을 잘 안 하는 것은 육각형 사랑을 원해서래요."

진행자는 줄 XX님은 큰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육각형이요?"

"네. 재력, 외모, 집안, 학력, 직업, 성격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한 균형을 원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때는 뭐 하나가 부족해도 성격이 좋다던가 하나의 장점을 생각해 결혼을 많이 했지만 요즘은 안 그렀다고 해요."

그 얘기를 듣자 옆에 있던 다른 회원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육각형이 크던 작던 상관은 없는데 그 균형을 보더라고요."

육각형이라? 나는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면 그 현상보다 원인을 생각해 보는 버릇이 있다.

왜 요즘은 그런 균형을 원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들이 떠올랐다. 생각하는 와중에도 이 주제는 더욱 온도가 높아져, 누구는 경제적 원인을, 누구는 이기심을 열변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보기에 사회 문제는 복합적이라 한 가지를 딱 짚어서 말하기 힘들지만 내굳이 사견을 말해보면, 휴대폰이 육각형 사랑을 만드는데 큰 기여자인 것 같다.

뭐? 휴대폰이라고요? 네. 스마트폰이요.

내 손에 이 물건은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진이 되어, 영상이 되어 공유되고, 실시간으로 자신과 비교하게 만든다. 계속 손바닥에서 현재의 자신과 끊임없이 저울질하게 되는데 포기할 수 있겠나. 쟤는 저렇게 잘 생긴 사람과 만나고, 쟤는 오늘도 저렇게 비싼 집에서 살고, 쟤는 저런 사람과 만나는데.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욕심은 없어, 그저 평범한 사람과 만나고 싶을 뿐이야. 난 그 평범함이 결국은 특별한 사람의 상을 만든다고 봐.

평범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야?

내 보기에는 중세 철학의 보편논쟁처럼 존재자체를 의심해야 하는데 말이다.


난 원빈과 결혼한 그녀가 말했던 문장이 생각났다.

"난 얼굴은 안 봐요."

그렇다.

타인의 평범한 주관은 이렇게도

내 얼굴과는 다른 무엇이다.

이전 14화 외벌이 250만 원으로 아이 키운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