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롱이 Mar 01. 2023

외벌이 250만 원으로 아이 키운다면?

존경

나는 말단 공무원이다.

공무원의 인기는 오래전에 절정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공직에 있으면 그 사실이 피부가 찌릿할 정도로 와닿는다. 실제로 고향에 내려가서 과수원을 하겠다고 사직서를 낸 직원도 있고, 대책 없이 그냥 나가버리는 직원들도 있다.


고향으로 내려간 직원은 왜 나가냐는 말에 이 월급으로 가족을 키우기 힘들어서 라는 말을 했다.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철밥통이다. 배부른 소리다.

라며 반박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하지만 사실은 사실일 뿐이다. 내가 말한 공무원 퇴사에 관한 이야기도 이미 정부에도 인식해서 문제로 생각할 정도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직원이 신규직원을 데리고 이야기가 한창이다.

안경 쓴 나이 든 선배 직원이 밥보다는 대화가 우선이라는 듯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영준(가명)씨 아직 결혼 안 하셨죠? 혹시 집이 좀 부유하신가요? 네? 아니라고요. 그러면 돈을 모은 건 있으세요? 아. 그것도 아니라고요."

무슨 좋은 말도 아닌데 저렇게 개인신상을 묻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딴에는 좋은 이야기를 해주려는 모양새다.

"영준 씨, 이런 말 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절대 결혼하지 마세요. 아니 결혼은 하더라도 외벌이로 애는 놓지 마세요."

남자는 이후 외벌이로 아이를 키우는 고생에 대해 한풀이하듯 한참을 이야기했다.

나는 밥을 먹고 나오며 생각했다.


저분의 말이 백 프로 공감 가지는 않지만 압박감은 이해는 갔다.


지금이야 공무원 월급이 박봉이라는 것을 안다. 호봉이 많이 쌓이고 승진하면 모르겠지만 그것은 오랜 세월을 요구한다.

당장 월급이 많은 젊은 직원은 드물다. 평균적으로 250만 원 정도 생각하면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를 닦으며 생각한다.

월급 250만 원으로 혼자 벌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몇 명 직원에게 물어보니 키울 수는 있겠단다.

단 아주 어렵게 말이다. 외벌이로 아이를 키우는 직원이 많지는 않지만 실제로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완전한 긴축재정이다. 한 달에 본인 용돈이 십만 원이란다. 그는 얼마나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겠는가


내 월급만으로 가정을 책임진다는 것이.

나만 아껴 쓴다면 상관없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경제적인 이유로 못해줄 때 얼마나 마음이 안타깝겠는가. 맞다.


어르신들은 말하신다,

애는 낳으면 어떻게든 큰다고.

그 말은 지금도 통용되는 말인가?

월급에 비해 턱없이 올라간 주택가격, 사교육비,

물가 등이 시대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회의감이 든다.


내가 아이가 없어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부모가 된 동기 몇몇은 이토록 행복을 주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난 그저 그런 말을 하는 직원은 한없이 어른 같아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구독>하시면

아침, 당신 폰을 두드리며,

따뜻한 글이 배달됩니다.

이전 13화 사랑은 고령 딸기다. 틀림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