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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프 Feb 05. 2023

물수제비

71. 손이 할 수 있는 일

네가 물수제비 뜰 때 나는 본 것만 같다

돌멩이의 마지막 발악을


가라앉기 전 최대한 많은

징검다리를 내어

세상을 이어보려는

작은 돌의 시도


네가 던진 돌멩이는

예전에 행성이 되길 원하다

이윽고 부서지길 바라던

그 돌멩이다


만약 그것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자신을 저 아래로

가라앉게 하지 말라달라

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네 물수제비로 인해 돌멩이는 부서질 수 있는

희박한 기회마저 잃게 되었기에


한 번 튀어 오를 때마다

온 생명을 소모하며

저 아래로 잠기러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넌 한 번의 스냅으로

일종의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라


네 손아귀엔 늘 그런 힘이 있다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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