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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프 Feb 20. 2023

열길 물 속

82. 뜨지 않는 배


배로 태어났다

뜨지 않는 배


물속을 잠영하는

잠수함조차 아니었다


모양만 그럴싸하고

목적에 맞는 기능은 하지 못하는

열 길 물속과

한 길 사람속 둘 다 모르는 존재가 되었다


원망을 한다


점점 멀어져 가는

수면에 일렁이는 햇빛

가라앉는다

검게 어두워진다


검다

사방이 검다


이미 고장 난 존재에게

주어진 혜택일까


짓누르는 압력에

몸이 터질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원망은 멈추지 않는다


오랜시간

수압을 견디고

바닥에 도착하니

집 없는 것들이

내 안에 모여든다


난 집이 되었다


원망이 멈추고

안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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