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by 이상역

몇 해 전 한반도에 따뜻한 봄날이 조성된 적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남북대화에 물꼬가 트이면서 남한과 북한, 북한과 미국 간의 정상회담이 세기의 화두로 등장했다.


남한과 북한 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북한에서 예술단이 내려와 강릉과 서울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돌아가고,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화답 차원에서 남한의 예술단이 평양에 가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돌아왔다.


남한의 공연단이 북한의 평양에 가서 한 공연의 주제는 ‘봄이 온다.’라고 정했다. 계절도 봄이고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시기에 남한의 공연이 평양에서 이루어져 남북한 모두 봄의 분위기를 활짝 만끽했다.


한반도에서 계절의 문을 여는 봄의 물꼬가 한꺼번에 터지듯이 남북한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어제까지 피지 않았던 봄꽃이 한꺼번에 우르르 피어나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이전에 봄꽃은 매화꽃, 산수유꽃, 벚꽃, 개나리꽃, 진달래꽃이 순서대로 피어났는데 그해에는 봄꽃이 순서를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폭발하듯이 피어났다.


마치 남과 북의 대화 물꼬가 한꺼번에 터진 것처럼 계절도 남과 북의 관계를 아는 듯이 남과 북의 대지에 꽃 사태를 일으켰다.


봄에 핀 꽃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봄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폭풍우가 밀려온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사계절 중에 봄을 제일 좋아하고 봄이 되면 마음이 밝아진다. 어제까지 아무것도 없던 나뭇가지에 꽃이 송이송이 핀 모습을 바라보면 황홀할 지경이다.


집 근처 벚나무도 어제까지 꽃이 피지 않았다가 이튿날 아침이 되자 활짝 만개한 것을 바라보니 계절의 위대함에 넋이 빠질 지경이다.


벚꽃이 피어나자 전국적으로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다양한 봄꽃이 핀 모습이 시야로 들어온다. 진달래꽃, 개나리꽃, 목련꽃, 산수유꽃 등이 시절을 노래하며 자연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봄에는 사람의 얼굴도 계절의 꽃처럼 바라보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봄꽃의 아름다움처럼 사람도 하나의 꽃으로 바라보는 신기함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세월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남과 북에서 이루어지는 봄맞이 공연. 북한의 공연과 남한의 공연과 그리고 남북한 합동 공연 등 한반도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장면이 연일 펼쳐졌다.


이런 계절의 상서로운 징조들이 봄날에 더욱 무르익기를 바란다. 한반도를 누비는 벚꽃과 같이 남과 북에서도 활짝 만개하여 통일의 꽃으로 피어나기를 소원한다.


계절의 봄이 오는 것이 아니라 봄이라는 폭풍우가 거세계 한반도를 향해 밀려오는 것 같다. 그 봄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누려야 할지는 남북한 모두의 몫이다.


봄은 공연하는 예술인만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국민 모두가 맞이한다. 그리고 남과 북에 계절의 봄이 아닌 따듯한 해빙의 봄이 찾아오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하게 기원한다.


그리고 해빙의 봄이 이전처럼 한번 왔다가는 그런 봄이 아니라 사계절 신뢰 관계를 유지하면서 남과 북의 국민 모두의 마음속에 평화롭게 정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은 남과 북을 가로막은 비무장 지대다. 그곳을 동쪽에서 서쪽까지 발로 걸어서 여행하고 싶다. 남과 북이 통일되면 비무장 지대를 스페인의 산티아고처럼 걸어서 여행하는 곳으로 관리하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 같다.


남과 북을 상징하는 판문점과 주변은 그 자체만으로도 풍부한 여행자원을 갖춘 곳이다. 그런 곳을 통일 이전에라도 누구나 걸어서 여행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깨에 배낭을 메고 비무장 지대를 걸어가면서 남과 북에서 만나는 봄도 맞이해보고 싶고 그곳을 거닐면서 최근에 유행하는 봄맞이 노래를 콧노래로 흥얼거려 보고 싶다.


따뜻한 봄날에 이루어지는 남과 북의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남과 북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봄과 평화의 봄이 온 누리에 깃들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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