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사라지기가 못내 아쉬운가 보다. 하늘에서 하얀 눈이 너울춤을 추며 대지로 분분히 떨어진다. 계절의 길목을 잃은 겨울 눈이 내려도 봄이 밀려오는 거대한 풍랑은 막을 수가 없다.
봄이 다가오는 것은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 봄은 벌써 우리 곁에 소리 없이 다가와 있다. 이른 봄에 때아닌 겨울 눈이 하늘에서 꽃잎처럼 쏟아진다.
비록 차가운 눈이 사람의 가슴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봄을 맞이한 대지는 찬 것 더운 것 가리지 않고 자연의 순리대로 생명의 싹을 지구 밖으로 내민다.
집 옆에 장승처럼 선 나무도 희망의 기지개를 활짝 켰다. 고목의 표피는 죽은 듯이 보이지만, 가지 끝에는 생명을 당당하게 드러내기 위해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계절의 질서인 봄은 사람에게 기쁨과 소망을 갖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계절의 질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조화가 신비스럽다.
봄이 여름이나 가을 끝에 오면 어떤 맛과 느낌이 날까. 아마도 여름이나 가을이 지나고 봄이 오면 생명의 탄생이란 기쁨은 맛보지 못할 것이다. 겨울이란 강한 추위 끝에 와야만 봄이란 계절의 참맛을 느낄 수가 있다.
오늘은 모처럼 봄맞이를 위한 대청소를 했다. 겨우내 쌓여있던 묶은 먼지와 때를 지워내기 위해 찬바람이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소란을 피우며 청소했다. 묵은 먼지와 때를 벗겨내기 위해서라지만 나는 봄을 맛있고 멋있게 맞이하고 싶어서다.
봄은 깨끗하고 정돈된 마음으로 맞이해야 삶에 따스한 정과 살가움과 사랑이 피어난다. 생명이 탄생하는 봄을 묵은 먼지와 방구석에 앉아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초라한 모습으로 맞이하기는 싫다.
봄. 봄. 봄.
주변의 모든 것들이 봄을 노래한다. 일하는 일터에도, 사람의 발걸음에도, 눈을 청소하는 차량에도, 봄이라는 계절의 파고가 아지랑이 춤을 추며 다가온다.
세월이 강물을 따라 무심하게 흘러간다지만 봄은 너울너울 대지 위에서 춤을 추며 사람들 곁으로 파도처럼 밀려온다. 봄이 따뜻하게 다가올수록 마음 밭이 열리고, 발밑에선 생명의 외침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사람이 깃들어 사는 지구도 봄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몸살을 앓는다. 봄소식을 알리는 봄비를 내려야 할지,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는 차가운 눈을 내려야 할지 허둥거린다.
계절은 우수와 경칩을 지나 며칠 있으면 춘분이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치매라도 걸렸는지 겨울과 봄이란 계절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길을 걸어갈 때 발로 쿵쿵거리며 힘을 주고 걸어가야겠다. 그래야 지구가 잠에서 깨어나 계절을 제대로 안내해주지 않을까. 지금 창밖에서 봄이 휘파람을 불어대며 다가온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통해서도, 무리를 따라 나를 휘감는 바람의 소리에도 그리고 마음을 태우는 하얀 소망에도 봄이 파고가 밀려온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삶의 새로운 한 주가 월요일에 시작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봄을 맞이하는 춘심으로 돌리면 그나마 풀어질 것 같다.
거리마다 신문마다 직장마다 가정마다 봄기운이 넘실거린다. 계절의 시계추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은 봄의 맛과 멋을 모를 것이다.
삶의 일상이 아무리 바빠도 마음에 한 자락의 여유를 갖고 죽비 같은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매년 찾아오는 봄이라지만 겨울이 가고 봄이 올 때마다 마음은 새롭고 밝아진다.
사람은 추운 것보다 따뜻한 기운에 젖어들면 마음이 따스해진다. 봄은 사람의 마음을 근원적으로 움직이는 원동력이고 아무리 싫다고 해도 싫어할 수 없는 아가씨다.
저 멀리 희미한 산자락을 따라 생명의 탄생을 머금은 봄이 어슬렁거리며 넘어오고 있다. 그 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는 자신의 마음이 봄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차가운 겨울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