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봄이 좋다

by 이상역

나는 따듯한 봄이 좋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초록의 새싹이 돋는 신록의 계절이 돌아오면 몸과 마음은 봄기운의 정기를 받아 서서히 깨어난다.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듯 사람의 몸도 계절의 리듬을 타면서 새롭게 태어난다. 관악산에서 봄을 맞이하던 불혹부터 지천명을 거쳐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틈틈이 써 놓은 것에서 봄과 관련한 것을 시간의 궤적별로 모아 보았다.


자연의 계절은 봄뿐만 아니라 여름, 가을, 겨울도 존재한다. 그런데 유독 봄이 되면 몸의 리듬과 정신이 왕성해지면서 계절의 폭풍 속으로 빠져든다.


겨울에는 몸과 마음이 잔뜩 얼어붙어 있다가 따뜻한 봄기운이 서서히 올라오면 긴장이 풀리면서 겨우내 뜸했던 글쓰기도 기지개를 켠다.


봄에 벌거숭이 나무에서 꽃이 화려하게 피면 황홀경에 빠진다. 그에 따라 봄꽃과 함께 가는 봄날의 춘정에 휩쓸리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름다운 봄꽃을 바라보면 마치 화폭에 그린 아름다운 그림처럼 계절의 풍경에 넋을 잃는다. 그런 순간을 놓치기 아쉬울 때면 나도 모르게 컴퓨터 자판기에 손이 올라가고 흥에 겨운 봄노래를 부른다.


나는 글을 전업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다. 물론 글만 쓰는 전업 작가가 되면 바랄 것이 없지만 아직은 홀로 취하고 홀로 즐기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공직에 근무하면서 가족을 부양해 왔다. 그리고 직장의 인사에 따라 이곳저곳 근무지를 옮겨 다니며 봄을 맞이하며 봄날을 즐겨왔다.


그런 봄날을 무심하게 즐기다 보니 어느덧 직장을 떠날 때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삼 계절이 위대하게 바라보이고 봄날도 점점 농익어간다는 기분이 든다.


나이가 들어 맞이하는 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고 화려해 보인다. 봄꽃의 매력에 홀딱 반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하얗고 노란 꽃을 바라보면 마법과 같은 정령에 이끌린다.


그간 봄을 고향과 과천에서 그리고 세종과 수원과 서울에서 각각 맞이했다. 비록 직장을 따라 지역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봄을 맞이했지만, 봄의 느낌과 강도는 매번 달랐다.


지금에 와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많은 것을 겪으며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봄은 누구에게나 다가오지만, 그 봄을 어떻게 맞이하고 느끼는가는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봄에 대한 글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천천히 읽으며 되돌아보니 직장생활을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에 봄과 관련한 글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황금기에 맞이한 봄날을 돌아보니 새삼스럽고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봄에 대한 찬양과 찬미는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과하지가 않다. 그렇게 가는 흥겨운 봄날을 즐기며 사는 인생이 아름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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