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에 핀 소망

by 이상역

아침 출근길에 전철을 타고 가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갔다. 출구로 나오면 넓은 도로와 인도가 펼쳐진다. 인도를 걷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난 오솔길로 들어서면 도로를 건너가는 신호등이 앞길을 막아선다.


잠시 후 바뀐 신호등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중학교로 가는 오솔길이 나온다. 그 길을 걸어가다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서 유치원을 막 돌아가려는데 유치원 옆에 매화꽃이 웃으며 아침 인사를 건넨다.


나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매화나무에게 다가가 나뭇가지에 핀 매화꽃을 바라보았다. 봄의 전령인 매화꽃을 보자 몸에 생기가 돌고 기분이 상승하고 마음도 상쾌해진다.


오늘은 학교마다 입학식을 하는 날이다. 학교는 신입생과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기 위해 꽃단장을 하고 학생들이 등교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출근길에 매화꽃을 만나니 봄의 상큼함이 물씬 느껴진다. 봄의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와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봄날이다. 매화꽃을 보고 다시 오솔길을 걷자 아주대와 사무실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광교산 여우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자 아침 햇살이 아파트 빌딩 숲 사이로 곧게 뻗쳐 시야를 가린다. 아침 햇살의 마중과 숲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자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진다.


요즈음 휴일에 사무실에 나와 글을 쓰는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고민이다. 마음의 감정은 점점 메말라 가고 기분은 착 가라앉으면서 컴퓨터 앞에 앉으면 막막해진다.


글은 감정과 기분의 상승작용을 타고 쓰는 것인데 어떤 연유로 그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인지 이유는 모른다. 여우 길을 천천히 걸어가자 새의 깃털처럼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기분이 한층 상승한다.


하늘에 뿌옇게 떠 있는 것이 안개인지 구름인지 미세먼지인지 구분이 되지를 않는다. 공기 중에 뿌연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내 마음 상태와 같다.


글도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쓰고 싶은데 자판기 앞에만 앉으면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마음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글 앞에 서게 되어 고민만 깊어간다.


여우 길 언덕을 오르내리며 한참을 걸어가자 봄의 전령이 사방에서 튀어나와 마음을 달뜨게 한다. 삼 일간 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자 전철이나 버스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탔다.


오늘 입학식이 끝나면 신입생과 상급학년에 올라간 학생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거나 상급학년에 올라간 학생의 마음은 어떤 심정일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가슴에 손수건을 매달고 가던 날이 또렷이 떠오른다. 아버지와 함께 십여 리 길을 걸어갔던 기억은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아버지의 교육 철학은 남녀평등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아버지가 학생은 오로지 배우기 위한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가르친 분은 아니었다. 스스로 공부해서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보내주고 진학하지 못하면 그만이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가 시골집 사랑방 아궁이 앞에 앉아 쇠죽을 끓이고 있었다. 여동생이 아버지 옆에 앉아 “아버지! 저 대학에 합격하면 보내주실 거죠.”라고 여쭈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허허허, 웃으며 대학에 합격하면 보내주겠노라.”라면서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아버지는 남자나 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대학에 합격하면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당시 시골에서 여자를 대학에 보내면 말이 많았다. 여자를 가르쳐서 무엇을 하겠느냐는 지청구를 수없이 들었다. 아버지가 남녀 차별을 두지 않은 것은 교육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남다르기보다 자식을 사랑해서 차별을 두지 않은 것이다.


오늘처럼 입학식이 열리는 날이면 이전에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늘에는 삼 일간 연휴 기간을 포함해서 미세먼지가 보통이 아니었다.


봄날에 시베리아 고기압이 내려오거나 하늘에서 비를 뿌려주기를 바라는 것이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세월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는 문자만 요란하게 날리는 것이 미세먼지 해결책이다.


새 학년과 새 학기에는 날것 그대로 새로움이 들어 있다. 책도 새롭고 얼굴도 새롭고 선생님도 새롭고 계절도 새롭다는 의미다.


그만큼 삼월에는 새롭고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이 많은 희망의 계절이다. 더해서 봄의 전령인 꽃이 피어나면 그야말로 삼월은 새로움이 충만해진다.


광교산 여우 길을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새 사무실 울타리가 보인다. 철조망 울타리에 매달린 잠금장치를 풀고 활짝 문을 열어젖히자 시내에서 봄바람이 싱그럽게 불어온다.


삼 일간 휴식을 끝내고 출근해서 아침이 새롭고 마음은 한없이 가볍다. 그리고 매화꽃을 보고 나서 그런지 봄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 것이 느껴지면서 봄날이 흥겹고 즐겁기만 하다.


아침 출근길에 느꼈던 신선하고 기분 좋은 감정을 글로 표현해 보려고 사무실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중이다. 아침에 느꼈던 좋은 감정을 글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며 좋은 감정과 기분이 들도록 아름다운 마음으로 표현하고 싶다. 더해서 아침에 만난 매화꽃의 밝은 기운과 여우 길에서 들은 새들의 청량한 소리가 글에 스며들도록 멋진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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