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포드사운드를 향해

by 이상역

아침에 버스가 출발한 뒤 첫 휴게소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각자 볼일을 보라며 20분간 휴식을 주었다. 일행과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니 넓은 호수 옆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에는 매점과 카페와 민가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처음으로 이곳에 사는 현지인을 만났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내 영어 발음이 형편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사용하는 말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행과 카페에서 커피를 사 들고 호숫가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피가 몸속에 들어가자 여행을 왔다는 설렘과 아침의 상쾌한 기분이 혼합되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겨난다.


가이드가 휴게소 옆 호수에는 물이 반 고기가 반이란다. 이곳은 낙농업이 발달해 먹을거리가 풍부해서 호수에 고기가 많다고 한다. 휴게소에서 간단한 휴식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목적지인 밀포드사운드를 향해 버스가 출발했다.


가이드가 밀포드사운드를 간다고 했을 때는 그곳이 여행지라기보다 노래 제목이나 가수의 이름처럼 들려왔다. 남섬의 밀포드사운드는 1만 2천 년 전에 빙하로 형성된 피오르드 해안이다.


가이드가 마오리어로 이방인을 ‘파키아’란다. 나를 포함한 일행 모두가 마오리족에게 ‘파키아’인 셈이다. 밀포드사운드에 가기 전 자연으로 형성된 대평원에 버스를 세웠다.


일행과 버스에서 내려 대평원을 배경으로 몇 명씩 짝을 지어 사진을 찍었다. 대평원에는 스산한 바람이 사람을 이리저리 몰아가며 여행객을 맞이한다. 대평원 옆에는 해발 400미터쯤 된 낮은 산에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주변 산에도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다. 산은 높지 않은데 사계절 공기가 차서 만년설이 쌓여 있는 것이란다. 만년설 밑에는 솔잎보다 짙은 검은색의 원시림이 시야로 들어온다.


뉴질랜드에 들어온 초기 개척자들이 원시림을 벌목해 가는 바람에 산림이 많이 훼손되었단다. 버스가 깊은 계곡을 달려갈수록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가 낮아진다.


높은 산을 올라가야 만나는 만년설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신비감이 관광객을 모으는 것 같다. 일본인을 태운 버스와 일행이 탄 버스가 밀포드사운드를 향해 나란히 달려간다.


밀포드사운드가 유명한 곳인가 보다. 여행객을 태운 버스들이 연이어 들어갔다 나온다. 가이드가 마지막 화장실이고 밀포드사운드에 가면 화장실 보기가 어렵다고 하자 일행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볼일을 보러 간다.


단체여행에서 보는 진풍경이다. 밀포드사운드에는 관광객이 많아 화장실이 부족하단다. 일행이 볼일을 보고 버스에 오르자 버스가 밀포드사운드를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버스가 가는 도중에 협곡을 지나가다 만년설을 머리에 인 육중한 산을 만났다. 계곡마다 빙하의 흔적이 남긴 바위의 웅장함에 할 말을 잃는다.


검은 돌과 붉은 돌에 이끼가 자라는 커다란 바위의 장엄한 모습이 시야로 들어온다. 어떤 말과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대장관이다. 자연의 웅장함을 글로 표현하는 마음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만년설로 이루어진 계곡을 버스에 앉아 올려다보며 눈으로 감상하며 지나간다. 버스에 앉아 바라보니 산과 계곡이 가깝게 보이는 듯 하지만,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단다. 설산에서 눈사태가 나면 종종 버스가 다니는 도로까지 끊긴다고 한다.


만년설을 바라보며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번에는 약 1㎞가 넘는 호머 터널이다. 호머 터널은 남섬의 퀸스타운에서 밀포드사운드로 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바위를 뚫어 만든 터널은 1차선만 있어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한다. 터널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기다리고 파란불이 들어오면 터널로 진입하라는 신호다. 드디어 파란 신호등이 들어오자 버스가 터널로 들어섰다.


버스를 타고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 터널을 뚫기 위해 인부들이 죽고 근 20년에 걸쳐 공사를 했단다. 호머 터널을 빠져나와 한참을 달리다 원시림을 볼 수 있는 공원에 차를 세우고 숲 속에 들어가 산림욕을 즐겼다.


이곳은 공원에 들어가서 구경하는데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 입장료 대신 기부 문화라서 관람객이 구경하고 스스로 내고 싶은 만큼 돈을 기증함에 넣는 문화다.


원시림은 만년설에서 사시사철 내려오는 물 때문에 온도와 습도도 적당하고 나무나 바위에 낀 이끼가 실처럼 기다랗게 매달렸다. 일 년 내내 녹아내리는 빙하의 물로 인해 이끼까지 나무에 길게 달라붙어 수염처럼 자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니 이곳은 자연이 베풀어 주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는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시림에는 인공이 가미된 것은 하나도 없고, 자연 그대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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