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시내를 버스에 앉아 도시의 구성을 살펴보는 중이다. 아담한 주택과 정갈하게 가꾼 공원이 개방적으로 연결되어 주택에서 공원으로 바로 나가서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도시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오래된 고목과 공원이다. 이들이 도시에 배치되어 있지 않으면 도시의 기능과 미를 잃는다. 시드니는 가로수로 벤자민과 야자수 나무를 심어 놓아 도시에서 활력이 느껴진다.
시드니의 맑은 공기로 몸의 신선도를 높이고, 호텔에서 제공된 싱싱한 과일과 우유를 먹고 나자 감정이 슬슬 살아난다. 호텔방에 앉아 여행에 대한 소소한 감정의 나락을 비망록에 정리하는 중이다.
지금쯤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침을 먹고 학교에 늦지 않기 위해 학교에 가고 있겠지. 오늘은 햇살이 구름에 가려 그다지 덥지가 않다. 도로와 인도와 주택이 평평해서 걷기도 운동하기도 좋을 것 같다.
도로를 따라 자리 잡은 주택들. 도시답게 차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익숙한 풍경. 해외여행을 와서 모처럼 보는 모습이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도시를 가로질러 헤엄쳐 간다.
시드니에는 뉴질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가로등이 도로 곳곳에 서 있다. 시드니의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간다지만 우리가 겪어왔던 계절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도로가 서로서로 연결되고 도로가에 쓰레기통이 나란히 진열된 낯익은 풍경이 아침을 맞는다. 잔잔한 음악의 선율처럼 들려오는 가이드의 목소리. 저 멀리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며 하얀 흔적을 남기는 비행기. 하늘에 흰 구름이 무리를 지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이 아름답게만 바라보인다.
6차선의 넓은 도로를 달려가는 분주한 차량들. 그 사이로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걸어가는 모습이 시야로 들어온다. 시드니 해안가에는 커다란 빌딩이 숲을 이루어 도시적 냄새를 짙게 토해낸다.
기다란 꼬리를 달고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전철과 어젯밤에 만났던 하버 브리지가 다시 나타나 일행을 반겨준다. 차와 전철이 다리 위를 나란히 동행하며 달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시드니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나자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도 개운해졌다. 시드니의 첫인상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서서히 겉껍질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양파와도 같다.
도시가 갖고 있는 속성이 아닐까. 도시는 정착해서 살아봐야 정이 들듯이 시드니도 나처럼 지나가는 나그네는 도시에 깃든 삶의 애환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아침부터 하늘에 구름이 모여들더니 10시가 넘어서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오늘의 첫 일정은 해양수족관 관람이다. 수족관 이름이 ‘아쿠아리움’이다.
우리나라 63 빌딩 수족관도 이곳의 이름을 빌려 갔다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수족관에 들어가서 다양한 바다 생물을 관람하고 나와 다시 버스에 앉아 시내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중이다.
시내 곳곳에서 느껴지는 시드니 거리의 정서와 풍경. 유럽적 색채와 호주의 토속적인 색채가 뒤섞여 보금자리를 이룬 도시. 호주는 자신들이 만든 문화를 전 세계를 향해 자랑스럽게 내보인다.
시드니의 거리를 바라보는 일행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비디오를 들고 건물을 촬영하고, 어떤 사람은 사진기를 들고 이색적인 건물이 나타날 때마다 찍는다. 나머지 일행은 버스에서 앉아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시내를 구경한다.
건축 분야에 관계된 사람들이 모여 해외여행을 왔다지만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건축도 분야가 다양하듯이 여행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시내의 건물을 촬영하는 일행에게 왜 건물을 비디오로 찍느냐고 물어보니 나중에 비디오를 보면서 건물의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서란다. 비디오로 담아두면 두고두고 꺼내어 눈으로 다시 볼 수 있어 좋은 자료가 된단다.
이번 여행은 나만 목적을 갖고 온 것이 아니라 일행도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승용차를 타고 비디오를 촬영하는 것은 어렵지만, 버스를 타고 시내를 바라보며 비디오를 촬영하는 것은 재미도 있고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좋단다. 여행을 와서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배우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