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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Apr 14. 2023

정북향 사무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정북향이다. 사무실이 정북향이라서 햇볕도 적게 들고 복도와 온도 차이로 인해 목이 수시로 잠기고 툭하면 기침과 재채기가 튀어나온다.


그간 이사를 다닐 때마다 아내가 집이 남향인지 북향인지 꼼꼼하게 따진 것이 이해가 간다. 정북향은 오전에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오후가 되면 그늘이 지면서 스산하고 좀 춥다. 


지금까지 직장 생활하면서 추위를 타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근무하면서 내가 이렇게 심하게 추위를 탔나 싶을 정도다. 이곳에 발령을 와서 첫 두 달은 감기 아닌 감기 증세로 고생했다. 


평소에 감기 걸린 것도 아닌데 목은 늘 잠겨있다. 그에 따라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툭하면 기침과 재채기가 쏟아져 나온다. 봄꽃이 피는 사월인데도 몸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걱정이다.


정북향의 특징은 주변에 찬 기운이 늘 깔려 있는 점이다. 더해서 사무실과 복도, 복도와 화장실의 온도 차이로 사무실에서 복도로 나갈 때와 복도에서 화장실로 들어갈 때 피부에 와닿는 온도 차가 확연히 다르다.


사무실에 앉아 근무할 때는 실내에 그나마 온기가 있어 지낼만하다. 다른 사무실에 볼 일이 있어 사무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면 몸이 움츠러든다. 그리고 화장실에 볼 일을 보러 가기 위해 복도에서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기온이 낮아서 재채기를 쏟아져 나온다.


사무실이 서늘해서 미봉책으로 전기난로를 켜놓고 생활한다. 지금껏 직장에서 전기난로를 켜놓고 지낸 적이 없다. 나름 시골에서 자란 덕에 웬만한 추위는 이겨내던 몸인데 이곳에 근무하면서 추위에 강하다는 생각은 버렸다.


지금에 와서 사무실을 설계한 사람에게 왜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건축했느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맞은편 남향인 사무실에 가보니 그곳은 창문도 이중창이고 남향이라 따뜻했다. 북향에는 단창이고 남향에는 이중창을 설치한 것을 보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붙들고 따져보고 싶지만, 내년부터 사무실을 재건축할 예정이라 그럭저럭 버티면서 근무해야 한다. 

정북향 사무실은 아침 햇살이 비치는 오전에는 지낼만하다. 해가 정오를 지나 서쪽을 향해 이울기 시작하면 햇볕이 들지 않고 그늘이 서린다. 


더운 여름에는 북향이라 시원한 맛은 있지만, 겨울이나 요즘처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엔 전기난로 없이는 오후를 견뎌내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지금도 재채기가 수시로 나오고 목이 착 가라앉아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개운치가 않다. 툭하면 재채기가 나오면서 콧물이 나와 휴지를 뽑아 들고 코를 풀어야 할 정도다. 


사무실을 정북향으로 짓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북향이 좋은 점은 무더운 여름에 그늘이 져서 좋다지만 여름날에도 비가 내리는 눅눅한 날에는 썰렁해서 근무하기에 좋지는 않다.


오늘도 목소리가 축 가라앉은 상태에서 재채기를 하면서 콧물이 나와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는 신세다. 계절은 따뜻한 봄을 향해 가는데 몸은 아직도 추운 겨울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무실에서 언제까지 전기난로를 옆구리에 끼고 지낼지는 모르겠지만, 근무하는 시간만이라도 따뜻하고 건강하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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