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쓰쿠바시에 소재한 국토지리원에 도착하자 기획부 과장이 마중을 나왔다. 잠시 마중을 나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4층 회의실로 올라갔다.
지리원 회의실에 들어서자 양국 간 기술협력 일정표와 PPT 설명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해 놓았다. 일본과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일정에 따라 설명과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회의는 일본의 전자기준점 구축과 운영, 리가드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 무인 비행 장치 보정과 운영 실태, 건설 현장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리원 역할, 공공측량 성과심사 제도와 시스템 운영, 지진 발생에 따른 지각변동 대응 체계 및 향후 지리원 연구개발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룰 계획이다.
일본의 지리원과 기술협력 회의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일본은 전자기준점을 전국에 약 1,318개를 설치하고 지리원에서 통합·관리하면서 지진 발생에 따른 지각변동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지진 등 재해가 발생하면 비상 체계로 즉각 전환하여 관련 부처와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다. 우리 보다 눈에 띄는 것은 과학기술과 우주개발을 범정부 차원에서 다루는데 지리원도 참여하고 있는 점이다.
일본의 지리원 조직과 인력도 한국보다 일본은 6개 지방사무소에 약 600명이 근무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업무도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돌아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술협력 회의 중간에 점심을 일본의 지리원 직원과 함께 근처에 소재한 중식당에 가서 먹었다. 그들과 식사를 하고 밥값을 계산하는데 더치페이 방식이다. 우리는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식사비를 부담해 주는데 일본은 더치페이 문화가 공직사회에 정착된 것 같다.
일행과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데 지리원 직원이 사무실 주변에 설치된 측량기기를 안내하며 설명을 해주었다. 지리원 주변에는 GNSS, VLBI 측량기기와 지도제작실, 연구실과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 등을 포함해 사무실 부지가 십만 평은 된다고 한다.
일본 지리원의 주변을 돌아보고 회의실로 들어가서 회의를 속개했다. 우리는 주제별 회의가 끝날 때마다 한국에서 가져간 부채를 지리원 직원에게 선물로 전해주었다.
그렇게 일본과 회의를 마치고 나자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일본에서도 우리에게 간단한 선물을 건네주었다. 양측 간 기술협력 회의를 끝내고 직원들과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었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아침에 호텔에서 우리를 데려다준 직원이 호텔까지 차로 태워다 주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일본 지리원 직원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일행에게 호텔에 올라가 잠시 쉬었다가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호텔방에 들어와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자 한국 드라마가 방영된다.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려니 기분이 이상하고 묘한 기분이 든다.
호텔방에서 TV 시청과 가져온 책을 읽다 보니 일행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되었다. 호텔 로비로 내려가 일행과 저녁을 먹으러 호텔 근처의 상가 건물로 들어갔다.
오늘은 어제처럼 저녁을 짜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마침 상가 건물에는 다양한 식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다 주인을 불러 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그러자 주인은 코스 요리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설명인즉 코스 요리는 일곱 가지 술은 한 시간 반 동안 무한정으로 제공하고, 식사는 두 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조건이다.
어제저녁에 먹은 단품 메뉴가 일 인당 3만 원인데 코스 요리는 4만 원 정도다. 일행과 코스 요리를 먹으면서 술을 이것저것 시켜서 마시고 차례로 나오는 음식을 먹는데 짜지 않아 좋았다.
일본은 식당에서 제공하는 술의 도수가 높지 않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식사와 술을 마시고 나자 취기가 약간 오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일본 음식은 짜지만 않으면 좋은 것 같다. 호텔방도 층간 소음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로에서 차량이나 사람 소리로 인한 소음이 들리지 않고, 호텔방도 밖에 나갔다 오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일행과 두 시간 동안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다 호텔 맞은편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안주를 샀다. 일행이 머무는 방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일정을 물어보니 오늘은 오전에는 없고, 오후에 측량협회를 방문할 예정이란다.
숙소에서 측량협회까지는 전철로 두 정거장 가는데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단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점심시간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호텔을 빠져나와 어제 걸었던 숲길을 다시 걸었다.
오늘은 오전 일정이 없으니 어제보다 더 멀리 갔다 오기로 했다. 숲길에 들어서자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가는 학생과 회사원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 한 삼십여 분을 걸어가자 머리가 맑아진다.
어제보다 오늘은 걷는 기분이 더 좋다. 숲길을 따라 한참을 걷자 작은 공원이 나온다. 일본의 공원을 구경해보려고 한 바퀴 돌아보는데 오래된 고목이 인상적이다.
공원을 대충 둘러보고 호텔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에는 커다란 고목과 아열대성 상록수가 자라서 겨울인데도 싱그럽게 다가온다.
한국에서 아침마다 산책하던 것을 일본에 와서 해보니 뭐랄까 겨울에 상록수가 우거진 숲길을 거닐어서 그런지 마음이 훨씬 맑아진 느낌이다.
쓰쿠바시가 일본의 어느 곳에 위치한 도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시 한가운데에 아담하고 고즈넉한 숲길을 만들어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한 것은 잘해 놓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