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 방식이다. 국가가 세계만방에 제 목소리를 내려면 스스로 자위권과 자주성과 자립성을 갖추어야 한다.
요즈음 한반도의 주변국 행태는 가늠조차 할 수도 없고 시야를 가리는 안개가 너무 많다. 만악 한반도에 원치 않는 위기가 도래한다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킬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반도 주변에는 늘 긴장감이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반기는 나라는 누구일까. 아마도 일본과 미국, 중국과 러시아가 아닐까. 이들은 한반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안타까움만 나타낼 뿐 그들은 자신의 국익만을 계산하면서 상황을 즐길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한반도 주변국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 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동족상쟁의 전쟁이다. 남과 북이 총칼을 겨누고 싸웠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반도의 몫이 되었다.
물론 미국을 포함한 유엔군이 우방이란 깃발 아래 자유를 갈구하는 대중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는 냉전이란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앞세워 혈맹을 외치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전쟁에 참전했다.
오늘날은 냉전의 이데올로기 시대가 끝나고 오롯이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냉엄한 현실로 변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명분을 보라. 자국의 이익은 숨기고 악의 축을 축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를 공격했지만, 이라크에 악의 축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적대세력인 후세인만 잡아 전리품으로 내세우고 미국이 이라크에 저지른 죄악은 언급조차 없다. 만약 이라크와 같은 상황이 우리와 총칼을 겨누고 있는 북한으로 향한다면 그에 대한 피해는 북한을 떠나 남한도 입는다.
그때는 제2의 6.25가 한반도에서 등장할 것이다. 전쟁은 잔인하고 참혹하다. 우리가 주권을 찾기 위해 일으킨 전쟁은 명분도 서고 국민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중국과 일본이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 그들은 반드시 한반도를 끌어들이고, 그 싸움의 장은 한반도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과거의 역사에서 그래왔고 앞으로도 재현될 것이다. 한국은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도 지정학적 조건과 국력의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벌이는 싸움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우리가 조상 대대로 지켜온 한반도는 오랜만에 평화를 갈구하고 있다. 우리가 눈부시게 이룬 경제가 다시 초토화된다면 앞으로 다시는 국제사회에 얼굴을 내밀 수도 없고 국가란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우리가 찾은 것도 있고, 세계 여러 나라가 도와준 것도 있다. 따라서 오늘의 태평가는 결코 무료로 얻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름 모를 분들의 피와 땀과 노력으로 이룩한 결과다.
우리가 나라 밖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는 우리의 땅을 지키겠다는 존엄의 표시이자 당위성에 대한 외침이다. 비록 한국이 이웃 나라를 잘 만나지 못해 고전하고 있지만, 이웃 나라들과 떳떳하게 경쟁하고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쓸모없는 정쟁에 너무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를 대승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자는 목소리가 없다. 그저 자신 앞에 놓인 현실과 정쟁에 목소리를 높일 뿐 국가의 미래를 강건하게 건설하자고 주장하는 지도자나 정당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는 조선 시대 당파싸움처럼 자신들의 주도권만 쟁취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국가라는 배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배의 삿대만 움켜쥐기 위해 치고받고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는 국민이 이끌어 가야 하는 공동의 운명체다. 국가라는 배가 바다를 온전하게 항해하고 지구라는 항구에 안전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탑승한 사람들 모두가 일체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
한국에서 남들보다 외국에 많이 갔다 왔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연민의 정을 느낀다. 나도 외국에 몇 번 나갔다 왔다. 내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여행은 여행 증명서 하나 들고 도보나 자전거를 타고 자유스럽게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여행 증명서로 자전거를 타고 넘어갈 국경도 없고, 차를 운전해서 넘어갈 나라도 없다. 여행은 다른 나라에 며칠간 갔다 오는 것이 아니라 방학이나 휴가 때마다 수시로 이웃 나라를 제한 없이 넘나드는 것이다.
유럽은 여행 증명서 하나만 있으면 여러 나라를 도보로 여행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여행 증명서를 갖고 도보로 나갈 수 있는 곳은 없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아주 멀리 나가야 이국을 밟을 수 있다. 여행은 견문을 넓혀주고 이국적인 삶을 동경하는 꿈을 키워준다.
우리가 외국을 여행하려면 많은 고통과 대가가 따른다. 다른 나라보다 유독 한국인만 외국 여행에 많은 대가가 소요되고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다. 우리와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들은 한국인의 입국을 모두 꺼린다.
미국이나 일본은 한국인이 자국에 들어오면 이것저것 따져가며 자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온갖 핑계를 둘러댄다. 반대로 그들이 생산하는 무기나 생산물은 혈맹이니 우방이니 하는 말을 동원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팔려고 혈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우리의 적이고 아군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사는 이 땅의 소중함과 국가라는 배가 미래로 안전하게 전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이 아시아에서 빛을 잃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혁신적인 개혁이 이루어지고 국민의 의식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목표 설정과 행동 양식이 시급하다.
오늘날 우리는 국가라는 큰 배를 생각하지 않고 비생산적이고 몰가치적인 것에 너무 매몰되어 가고 있다. 내가 존재하는 바탕은 국가다. 따라서 우리가 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합심하여 총력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에 서린 미래의 영광이 후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은 우리에게 피보다 더 소중한 곳이다. 오늘의 평화와 생명의 찬미는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아시아를 넘어 유럽이나 미국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면서 자긍심을 갖도록 웅비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조국강산을 후손에게 영광되게 물려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