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의 회고록

by 이상역

미국 백악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턴의 회고록인 『그 일이 일어난 방』이 출간도 하기 전에 판도라 상자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책의 홍보를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미국뿐 아니라 관련국에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와 국가 간의 긴밀한 외교적 현안과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고스란히 회고록에 담겨 있다고 한다. 국가 간의 긴밀한 외교적 현안이 낱낱이 밝혀지면 타격을 입는 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관련국가인 한국, 북한, 일본, 독일, 유럽 등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아직 볼턴의 회고록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해 왔던 한국의 미군 주둔과 방위비 분담 증액에 대한 안보관을 밝혀주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설사 볼턴의 회고록이 볼턴 스스로가 바라본 생각이라 할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관이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에 기본적인 생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군이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 왜 주둔까지 하면서 북한을 막아 주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트럼프의 이러한 생각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 증액과 미군 철수를 연계시켜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을 요구하려는 빌미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트럼프는 한국의 방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고, 이익이 없으면 철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미군이 북한과 중국 등을 방어하기 위해 주둔하는 것이라면 주둔을 원하는 나라에서 방위비를 부담하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 독일 및 유럽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철수시키겠다는 발상이다. 국가안보에도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논리가 명백해졌고, 앞으로 미국이 더는 그런 일에 나서지 않겠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타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국제적 안보나 그동안 맡아왔던 세계경찰국가 역할을 배제하고 오직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논리는 앞으로 미국은 세계경찰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 왔던 미국이 아닐 뿐만 아니라 우방의 대통령도 아니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군의 해외 주둔은 주둔국에서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으면 곧바로 철수를 고려하겠다는 논리가 분명해진 셈이다. 향후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역할 축소와 더불어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러한 징후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세계질서가 재편될 것 같다. 그 첫 번째 신호탄은 G7 정상회의 확대다. 트럼프는 한국, 인도, 호주, 러시아를 포함한 G11이란 정상회의를 조직하여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우리도 이 시점에 G11이든 G10이든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는 것에 충분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미래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준비되지 않으면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편승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관은 나토와 같은 유럽의 우방도 필요 없고, 북한의 위협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볼턴의 회고록이 출간되면 회고록을 냉철하게 분석해서 앞으로 미국과 어떤 관계를 이끌어 갈 것인지를 대비해야 한다. 한국전쟁의 서막은 애치슨 라인이 설정되고 미군이 남한에서 철수하면서 시작되었다.


지금 트럼프의 생각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어느 나라에서 전쟁이 나든 그곳에 전쟁물자를 팔아 무역수지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남의 전쟁이고, 그 전쟁은 자신의 무역수지를 흑자로 전환하는 계기로 생각하는 국가라는 것이 볼턴의 회고록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나라도 미국에 취할 태도와 행위는 명백해졌다. 우리 안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미군 철수는 트럼프가 아니라도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다. 그에 대비해서 우리의 국방과 안보를 철저하게 다지고 준비해야 한다.


미국은 미군 주둔에 필요한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 증액에 대한 논리가 명백하게 밝혀진 셈이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시키지 않으면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도 트럼프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만 그런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을 뿐 트럼프와 같은 생각을 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관은 한 나라의 국방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그간 우리나라 지도자나 국민이 미국과 무엇을 위해 혈맹과 동맹을 외치며 외교 관계를 맺어온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쨌든 볼턴의 회고록을 계기로 우리도 국방 문제를 단계적으로 미국에서 벗어나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지난날의 역사적 관계와 미래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할 줄 모른다면 그 나라와 무엇을 더 논하고 무엇을 바라겠는가.


볼턴의 회고록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인이 생각하는 우방에 대한 안보관이다. 회고록의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의 안보와 국방 문제를 냉철하게 분석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국제 역할 축소에 따른 새로운 국제 질서 재편에 적극 참여하여 자주적으로 북한과 맞서야 한다. 국가의 앞날은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논리가 볼턴의 회고록을 통해 밝혀졌다. 국가 지도자와 국민이 자주국방을 위해 얼굴을 맞대고 안보와 자주국방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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