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구속

by 이상역

사람살이에서 직장이란 참으로 묘한 곳이다. 직장에 근무할 때와 근무하지 않을 때의 차이는 마음에 긴장감을 어느 정도 갖고 사느냐의 차이란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 근무할 때는 늘 긴장한다. 긴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속과 제한에 따라 갖게 되는 마음의 부담감이다. 구속과 제한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곁에서 옥죄임으로 작동하는 감독자 역할을 한다.


마음의 긴장은 집에 있을 때와 직장에 근무할 때와 각기 달리 작용한다. 집에 있을 때는 구속과 제한이 풀려 긴장이 떨어지지만, 직장에 출근하면 긴장이 상승한다.


특히 마음의 긴장은 월요일에 출근하는 날이면 최고치에 이른다. 삶에서 적당한 긴장은 생활에 활력소를 제공한다.


그리고 평소 마음의 긴장을 갖고 생활하던 시간이 사라지면 몸이 무너지면서 건강을 해치고 생활의 통제력을 잃는다. 그렇다고 매사에 긴장해서 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나가 들어 직장을 퇴직하거나 군대를 제대한 후 건강을 잃는 것은, 마음의 긴장이 사라지면서 통제력을 잃어서다. 직장에 다니는 기간에는 틀에 구속되고 제한되는 것에 익숙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


그러다 직장을 물러나면 마음의 긴장이 사라져 몸의 균형이 깨지고 건강도 잃고 때에 따라 목숨까지 잃는다. 그렇다고 억지로 긴장하면서 살아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음의 긴장이란 나 아닌 타인이나 조직이 만들어 놓은 구속과 제한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스스로 긴장하기 위해 구속과 제한이라는 틀을 만들어서 살아갈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 어느 누가 자신이 만든 틀에 구속되기 위해 긴장하는 사람이 있을까. 자신이 정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험생이나 불교를 수행하는 스님이나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천주교 사제 외에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마음의 구속과 제한한 것은 일 년 열두 달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는 강박감이다. 전날 친구와 술 한 잔을 마시든 해외여행을 갔다 오든 직장에 출근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긴장은 팽배한다.


비록 직장에서 나를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틀은 없어도 출근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감이 생기면 긴장은 저절로 상승한다. 직장이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날씨와 온도를 가리지 않고 출근해야 하는 곳이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돌아보니 긴 세월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떻게 다닌 것인지 신기할 정도다. 직장생활은 감옥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생활과 행동을 구속하고 옥죄는 감옥과도 같은 곳이다.


나이 들어 퇴직할 때가 되어가자 직장이란 굴레와 긴장이란 구속에서 벗어나 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날개를 활짝 펴고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발길이 닿는 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의지에 따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낯선 곳을 여행하고 싶다. 그동안 나를 속박했던 긴장도 벗어버리고 두 어깨에 걸쳤던 버거운 부양의 짐도 내려놓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광야를 떠돌아다니고 싶다.


그 길에서 세상의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한 시간과 순간을 글로 표현하면서 여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고 보면 직장 생활하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스쳐 지나간 것 같다.


시골에서 보낸 유년기와 청춘 시절,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많은 시간들, 공직의 길을 가기 위해 밤을 지새운 숱한 나날과 시간 그리고 결혼 후 가족을 이끌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던 순간들.


지금 다시 길로 가라 하면 엄두도 나지 않고 돌아보기도 싫다. 내가 지나온 길 위에는 삶을 성취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어떠한 삶이나 의미와 가치를 동반하지만 남에게는 그리 대단하지도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왜 도달하지 못할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뚜벅뚜벅 삶이란 외로운 길을 걸어왔을까.


주변에서 누구도 나를 채근하지 않았고, 내 등을 떠밀며 어서 가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외로운 길에서 직장을 잡아 긴장을 하며 살아내고 살아가는 세월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마음의 긴장을 갖고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 긴장마저 털어 버리고 편하게 사는 것이 나은 것인지 어느 것이 더 보람되고 의미 있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직장을 퇴직할 나이가 되자 그동안 긴장하면서 살아온 것이 잘한 것인지 의문도 든다. 어찌 되었든 가슴에 긴장을 하고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퇴직 후에도 긴장은 덜하겠지만 살아가야 한다.


앞으로 직장을 물러나면 마음의 긴장은 엷어질 것이다. 그간 긴장이 직장에서 나를 구속하고 행동에 제약을 가했다면 이제는 구속과 제약이 올바른 삶을 인도하는 스승이 될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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