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글쓰기를 배워보려고 이곳저곳 대문을 두드렸다. 대학의 평생교육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나 문화회관에 다녔다.
하지만 진심으로 글짓기를 가르쳐 준 곳은 없었다. 글짓기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글 짓는 마음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날은 글짓기를 배우려고 세종에서 청주의 평생교육원을 다닌 적도 있고, 수원에 올라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 다니며 배운 적도 있다. 그리고 직장을 퇴직하고는 마음을 다잡고 문화회관까지 다녔다.
물론 수원의 도서관을 제외하고는 글짓기를 배우기 위해 수강료도 지불했다. 글짓기를 배우며 문우의 합평도 받아 보고 강사의 비평까지도 받았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문장의 구성이나 형식, 단어의 표현이나 문맥의 전개 방식 등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도 받고, 강사에게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글쓰기의 원칙론도 배웠다.
글짓기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평생교육원이나 문화회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글짓기는 강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열심히 쓰고 다듬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그런데도 그런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글짓기를 배우려고 지도교수나 강사를 찾아다니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몸으로 하는 무용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과 춤을 일체화시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일치되는 훈련을 통해 비로소 몸을 뛰어넘는 춤사위가 펼쳐지고 완성된다.
글도 마찬가지다. 먼저 글과 몸을 일치시키는 훈련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넘어서는 연습이 있어야만 자신이란 대상을 뛰어넘어 글이 일정한 경지에 다다른다.
글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사람이 글짓기를 배워 보려고 글쓰기 강좌에 등록하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채우는 것이다. 글은 자신의 몸으로 직접 쓰는 고된 작업이다.
글을 한 번도 써보지 않고 글짓기를 배우러 가는 것은, 호미를 들지 않고 밭에 김을 매러 가는 것과 같다. 글짓기를 배우려면 적어도 글과 자신을 일체화시키는 훈련을 하고 난 뒤 지도교수나 강사를 찾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글짓기를 가르치는 강사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글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사실 그들에게 가르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문학의 외연에 대한 번지르르한 말과 사소한 웃음을 주는 강의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업을 가르치는 것도 같다. 학생들이 예습과 복습을 해오지 않아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선생님은 자기만의 방식에 따라 가르치면 그만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짓기를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글짓기에 대한 이론은 아무리 가르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영어 회화를 가르치며 대화와는 관계없는 문법만 열심히 가르치는 격이다. 결과적으로 영어 문법은 잘 알면서도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 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글짓기의 첫 단추는 글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훈련이다. 이어서 글짓기의 방향과 방법을 끌어올리고 싶을 때 글쓰기 강좌를 수강해서 듣는 것은 다음이다.
글은 직접 써 봐야 방법과 방향이 보이는 것이지 글을 써보지 않고 남의 글을 읽으면서 방법과 방향을 배우는 것은 글짓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글은 쓰면 쓸수록 넘어설 수 없는 면벽으로 다가온다. 글짓기는 아무리 배워도 효과가 나지 않는 철면피다. 글은 써야만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따라서 작가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소시민에 불과하다.
하얀 백지에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듯 머릿속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글짓기다. 그렇다고 글짓기를 배우러 다니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슨 일을 하든 절차가 있고 그 절차에 따라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요즈음 글짓기 연습을 하는 중이다. 젊은 시절 직업을 구하던 때가 생각난다. 글짓기와 공부는 유사하다. 무슨 공부든 먼저 학원에 등록하고 수강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수험서를 몇 번 읽어보고 학원에 가서 수강하는 것이 순서다.
기본서조차 읽어보지 않고 학원에 가서 수강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를 못한다. 어떤 시험이든 기본서를 읽어 보고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을 공부해야 효과가 난다.
사실 공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책상에 앉아 기본서를 읽으면 졸음만 밀려온다. 그런 단계를 넘어서야 글이 보이고 글을 읽어도 졸리지 않는 단계에 들어서야 공부가 자리를 잡아간다.
글짓기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아도 무조건 책상에 앉아 글짓기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쓸 것이 없어 책상에 앉아 있는 것조차 답답하고 무료하다.
그런 상태에서 글짓기를 시작하면 차츰차츰 앉아 있는 시간도 늘어나고 자리를 잡아간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 진정한 글짓기가 시작되고 향상된다.
글짓기는 모래사장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모래 위에 집을 지으려면 수없이 허물고 쌓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길이 보이듯이 글짓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써놓고 수없이 허물기와 다듬기를 해야 제대로 된 글이 완성된다. 작가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밥을 먹듯이 쓰는 사람이다. 글을 쓰면서 허물기와 다듬기를 거치면서 하나하나 글로 완성되는 것이다.
지금 글짓기를 배우기 위해 집을 나서는 사람은 자신을 한번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간 얼마나 글을 써왔고 진정으로 글짓기를 배우러 갈 때가 된 것이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글짓기는 몸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안에 있는 것임을 분명하게 명심해야 한다. 글도 피부에 달고 다니며 잘 부리고 이용해야 하는 대상이란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은 자신의 몸에 맞게 열심히 쓰면서 일정한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 최선이다. 그만큼 글 짓는 길은 끝이 없는 길이고 그 일에서 손을 떼는 순간 작가란 허명도 사라진다.
작가는 글을 쓰는 순간에만 누리는 영광이지 글에서 손을 떼는 순간에 무로 돌아가는 것이 숙명이자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작가가 되기 위한 길에 들어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