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by 이상역

문예지를 발행하는 서너 곳에 글을 써서 보냈다. 한 곳에서는 불합격을 메일로 알려주고, 다른 곳은 합격 여부에 대한 소식조차 없고, 나머지 한 곳에서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메일로 보내왔다.


메일을 열어보니 당선에 따른 사진과 당선 소감문을 작성해서 보내란다. 자료의 제출기한을 정해놓고 그날까지 보내면 절차를 거쳐 당선자로 확정하고 시상식을 개최하여 당선증과 수필가로 대우해 준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도 고민이 참 많았다. 내가 쓴 글이 과연 읽을 만한 수준이 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다. 글 쓰는 일을 멈추면 반대로 책을 읽어도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글을 계속 쓸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면서 다른 길도 넘보곤 했다. 그렇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드디어 당선 소식을 전해왔다. 나는 깊게 고민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당선 소감을 써서 메일을 보냈다.


요즈음 장맛비와 코로나로 집 밖에 마음대로 나갈 수가 없는데 당선 소식을 전해 들으니 가슴에 등불이 환하게 커지면서 기쁨과 설렘이 교차한다.


그간 글을 써놓고 완성을 위해 수없이 퇴고하며 고민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글쓰기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여정이란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앞만 보고 살아가기 바빴다. 그러다 뒤늦게 글을 쓰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간 삶을 살아오면서 이것저것 겪다 보니 지나간 시절의 아련함과 그리움이 매양 나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렇다고 그런 시간이 귀찮거나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로 인해 마음에는 즐거움과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맛보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등단작인 ‘번지 없는 주막’은 고향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추억과 애환을 떠올리며 쓴 글이다.


황톳길 옆 허름한 주막집에 앉아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던 시절은 가버렸지만, 아직도 머릿속에는 그 시절의 향수와 낭만이 잔잔하게 남아 있다.


주막집에서 외상술을 따라 주던 아주머니의 후한 인심과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막걸리로 해결하던 지난날의 그리움이 아직도 또렷이 떠오른다.


비가 그친 뒤 영롱하게 떠오른 무지개의 소망처럼 등단은 이제부터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해보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코로나가 끝나고 집 밖에 외출이 자유로운 날에는 문우들과 함께 주막집이나 찾아가서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삶의 희망가나 부르고 싶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써본 당선 소감이다. 나의 글쓰기 수준이 정확하게 어떠한지는 잘 모른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굳이 문예지 공모전에 응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도 살아가는데 비빌 언덕이 필요하듯이 글도 해방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언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곳저곳 문예지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에 드는 문예지를 선택해서 문우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도 삶의 방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등단이 아니다. 글은 무엇보다 제대로 된 글을 써야 한다는 창작 정신이 먼저다. 이번 등단을 계기로 창작활동에 더욱 매진하고 싶다.


비록 한국을 대표할만한 수필가는 되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을 잔잔하게 표현해서 남들이 읽을만한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에는 문예지를 발행하는 곳이 많다. 어느 곳이 원조인지는 잘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두 곳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도 글쓰기에 도움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글쓰기는 오롯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싸움의 속내를 꺼내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문우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처럼 글쓰기의 고민은 글을 쓰는 자만이 알 수 있다.


문예지에 등단하여 작가가 되었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가란 허울 좋은 이름일 뿐이다. 어찌 되었든 작가란 허명을 어깨에 짊어졌으니 그에 걸맞게 글쓰기와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


그간 작가로 등단하가 위해 글을 써온 것은 아니지만, 당선 소감에서 밝혔듯이 등단은 글쓰기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글로써 상대방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부지런히 창작에 몰입해서 많이 써보는 것이 지름길이고 그 과정에서 괜찮은 글을 간간이 만날 뿐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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