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습관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글로 써서 남기는 작가가 드문데 가끔 수필집을 읽다 보면 자신의 글 쓰는 습관을 소재 삼아 쓴 글을 읽곤 한다.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쿨하고 와일드 한 백일몽』이란 수필집을 읽었다. 하루키는 자신이 쓴 책에 간간이 자신의 글쓰기 습관에 대한 것을 하나쯤 주제 삼아 써 놓곤 한다.
이전에도 『먼 북소리』란 책에서 자신의 글쓰기 습관에 대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쿨하고 와일드 한 백일몽』의 수필집에는 하루키가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소설가의 글쓰기 습관을 소개해서 글을 써 놓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그의 글쓰기 방식을 따라 글을 쓰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챈들러 방식이란 우선 글쓰기에 적합한 책상을 준비하고, 책상 위에 원고지와 만년필 등 필기구를 갖추어 놓는다. 이어서 글을 쓸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매일 일정한 시간(두 시간 이상)을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 전부다.
글쓰기 방식은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기 위한 준비를 헸는데 생각이 떠오르지 않거나 글이 써지지 않을 때다. 그럴 때 챈들러는 그대로 책상에 앉아 있으라고 한다.
글쓰기 외에 그림을 그리거나 잡지를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해도 안 된다. 소설에 대한 구상이 떠오르지 않으면 멍하게 앉아 있다 구상이 떠오르면 바로 글을 쓰라는 것이다.
하루키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이라며 추천한다. 자신도 이런 방법을 적용해서 글을 쓴다고 한다. 나는 글을 전업으로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하루키가 추천한 챈들러 방식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나도 챈들러와 하루키의 방식을 적용해서 글쓰기 습관을 기르는 중이다. 챈들러 방식은 작가에게는 좋은 습관이자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챈들러 방식의 핵심은 글쓰기 생활의 습관화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고, 매일 일정한 시간을 글쓰기에 집중하는 습관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요즈음 다른 날보다 사무실에 일찍 출근해서 업무 시작 전까지 챈들러 방식을 적용해서 글쓰기를 하는 중이다. 챈들러 방식의 장점은 글을 쓰다가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멍하니 앉아 있다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대로 단점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지루해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뜨게 되는 경우다. 그럴 때는 아무리 좋은 생각이 떠올라도 바로 쓸 수 없어서 시간이 지나면 생각했던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챈들러의 글쓰기 방식의 어려운 점은 생각이나 구상이나 떠오르지 않을 때다. 그럴 때는 글쓰기를 억지로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자세를 유지하며 글을 즐겁게 쓰라는 뜻이 아닐까.
오늘도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중이다. 글이 갈 방향과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그간 써 놓은 글을 뒤적이며 이리저리 여행을 다닌다.
글을 쓰면서 다른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챈들러 방식은 잊어버린 채 글과 관련한 다른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글의 마무리가 힘들다. 글쓰기가 힘든 것은 생각을 아무리 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다.
그런 날은 꿋꿋하게 책상에 앉아 자리를 지키면서 엉덩이의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그만큼 글을 쓰는 것은 고된 노동이 아닌가 싶다. 사무실에서 글을 쓰다가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의자를 살짝 뒤로 돌린다.
그러면 사무실 뒤편의 광교산과 산등성이 보다 높이 치솟은 아파트가 시야로 들어온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자연의 숲과 아파트를 바라보며 잠시 무념무상에 빠지면 잊었던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곤 한다.
글은 쓰는 행위에 너무 몰입하면 여유로움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개운함과 무언가를 채웠다는 충만감에 마음은 여유로워진다. 그런 맛에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키가 소개한 챈들러 방식을 적용해서 글쓰기를 부지런히 연습해야겠다. 그러면 나중에 위대한 작품은 아니더라도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멋진 글을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아름답고 화려한 글보다 마음에서 우러난 진실하고 잔잔한 글을 만나고 싶다. 더불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한 고독한 사람 냄새가 나는 은은한 글이나 한 번 마음껏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