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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May 10. 2024

행복이란 무엇일까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초등 시절 어버이날이면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학교에 갔다.


어버이날에 학교 가면 선생님은 먼저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온 학생은 손을 들게 하고 손을 들지 않은 학생에게는 내일 꼭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학교에 오라고 당부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어제는 어버이날에 대한 추억을 생각하며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큰집 조카가 저녁에 증손을 데리고 와서 왕할머니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는 소식을 카톡에 사진과 함께 올려주었다.


사진 속에는 증손이 두 손으로 왕할머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앳된 얼굴어머니가 증손을 바라보는 모습과 증손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방에 앉아 웃고 계신 어머니의 사진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어머니는 팔 남매나 되는 대가족을 거느리고 살아오셨다. 아버지는 십 수년 전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구순이 넘으셨음에도 읍내에 소재한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고 계신다.


나도 이틀 전 남동생에게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 용돈을 보내 드릴 테니 어버이날에 어머니 갖다 드리라고 동생의 계좌로 송금해 주었다. 그리고 퇴근하는 길에 제천천 천변을 걸어오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집에 계셨는지 전화를 받으셨다. 어머니는 내 전화를 받자마자 안부를 묻기도 전에 오늘 막내가 어버이날이라고 점심 무렵에 센터에 찾아와서 어머니를 모시고 점심을 사드린 후 집에 모셔다 드리고 청주로 돌아갔단다.


그리고는 잠시 전 남동생이 시골에 찾아와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내가 전한 용돈을 잘 받았다며 너도 회사에 잘 다니고 밥 잘 챙겨 먹으라며 내가 어머니에게 전해야 할 말을 어머니가 대신 내게 하셨다.


어머니는 참 복을 많이 받으신 분이란 생각이 든다. 아들 다섯에 손자에 증손까지 찾아와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용돈도 받으셨다.


게다가 누님과 여동생들에게 전화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어머니에게 어버이날이라고 저마다 용돈도 보내고 축하 전화도 했을 것이다.


팔 남매가 다복하게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버이날을 축하해 주고 점심을 사주고 카네이션을 달아주니 이보다 더 큰 축복과 행복이 어디에 있을까.


어머니와 전화를 끝내고 천변을 걸어오는데 실없는 사람처럼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머니는 나보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전화로 어머니 건강을 걱정하고 몸 조심 하라고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반대로 어머니가 나를 걱정해서 밥 잘 챙겨 먹고 회사에 잘 다니라고 말씀을 하시니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어머니가 어머니를 걱정하지 않고 자식을 걱정할 만큼 건강해서 다행이다. 몇 해 전 어머니는 대퇴부 수술을 받고 약간 치매 증상이 나타나 걱정했는데 오늘 전화를 해보니 어머니보다 나를 더 걱정해야 될 것 같다.


나는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머리가 어질어질하면 곧바로 말씀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내 걱정하지 말고 너나 밥 잘 챙겨 먹고 건강하란다.


사랑하는 어머니!


어버이날을 맞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팔 남매를 오늘까지 강건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식들 곁에 오래오래 건강하게 머무르면서 팔 남매의 사랑을 듬뿍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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