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구봉산과 승상산을 등산 겸 산책하는데 봄기운이 완연하다. 따뜻한 봄이라서 그런지 구봉산과 승상산을 올라가는데 숨이 그리 가쁘지가 않다.
구봉산을 지나 승상산을 올라가는데 관목의 나뭇가지나 황토색 대지에서 연두색의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승상산을 내려가 상일동 빌라 단지 앞 강동아름숲에 다다르자 숲을 조성하게 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강동아름숲은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나무 천여 그루가 쓰러졌는데 2013년 강동구 주민들이 산벚나무 외 이천여 그루를 심어 조성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산이나 들이나 해안이나 사람의 손길이 가야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제 스스로 치유의 과정을 거쳐 회복하겠지만 더디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올봄은 좀 유별나게 다가온다. 지난주만 해도 꽃샘추위에 폭설로 봄이 더디게 올 것만 같더니 이번 주는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연두색 새싹이 세상을 향해 향연을 벌인다.
어제는 딸네 집에 가서 손주를 안고 재우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서성이는데 산수유꽃이 노랗게 피었고 목련은 꽃을 피우기 위해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내 화단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관목들은 연두색 싹을 틔워서 희망을 노래하고 새싹을 내민 연두색의 풀들은 환의와 탄생의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승상산 정상을 지나 상일동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교목과 관목이 자라는 모습이 다르게 다가온다. 교목은 아직 새싹이 고개를 내밀지 않았고 관목은 희마한 연두색의 새싹이 귀엽게 고개를 내밀었다.
산에서 자라는 교목과 관목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사람이나 나무나 살아가는 구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목은 주변에 다른 나무나 풀을 거느리지 않았고 관목은 서로서로 비비고 부대끼며 살아간다.
교목은 눈보라나 비바람에 나뭇가지가 꺾이면 옆에서 자라는 교목의 나뭇가지가 그 공간을 치고 들어오는데, 관목은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는 듯 눈보라와 비바람을 서로서로 껴안고 격려하고 공생하며 자란다.
교목은 잘 사는 사람과 비숫하고 관목은 서민이 모여 사는 행태와 비슷하다. 잘 사는 사람은 주변에 누군가와 함께 살지 않으려 하고 서민은 주변 사람과 어우렁더우렁 어울려 살아간다.
산을 내려오면서 비탈진 산에 선 나무를 바라보니 겨우내 빈 가지들이 새싹을 틔워 숲의 공간을 연두색으로 물들여 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올해는 봄이 더디게 왔다고 탓할 수 없지만 이제라도 찾아왔으니 반갑게 맞이해야겠다. 강동아름숲을 지나 상일동 빌라 단지 앞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니 봄이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것 같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우거진 도로를 달려가는 차바퀴에서 튕겨 나온 봄날이 빗물처럼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아침이다. 오늘은 구봉산과 승상산을 등산하면서 봄기운을 제대로 느끼고 만끽했다.
내일도 오늘처럼 따뜻한 봄기운에 연두색 새싹이 충만한 자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가오는 봄날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기적어기적 걷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