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일과를 시작 하고자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 순간 찌는 듯한 더위로 숨이 막혀 버릴 것 만 같다.
실내 온도가 30도를 넘는 것을 보니 습도가 높은 바깥 날씨를 가늠할 것 같다. 문을 여는 순간 더위에 짜증을 더하는 매미 울음소리는 온 공간을 뜨거운 햇살과 함께 가득 메운다.
커피숍 바깥뜰 마당에는 나팔꽃처럼 생긴 폐추니아 라는 화분의 꽃들이 있다. 비라도 쏟아지면 많은 꽃잎들은 풀이 죽은 채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시들은 꽃잎들을 따 내기라도 하면 바로 많은 꽃잎들이 다시 나와 늦가을 전까지 언제나 변함없이 활짝 피어 있다.
찌는 듯한 뜨거운 햇살아래서도 장마비를 견뎌내기도 하며 커피숍에 오는 사람들을 반기곤 한다.
얼마 전 손녀딸의 합창경연과 일곱 살 여덟 살 아이들의 바이올린, 첼로 연주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손녀딸은 아직 다섯 살임에도 일곱 살 여덟 살 아이들과 함께 합창공연 무대에서 여러 곡의 노래를 부른다
공연을 보는 동안 분주한 무대에서 잦은 이동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었음에도 끝까지 잘 해내는 손녀딸이 자랑스럽고 대견하기만 하다.
합창곡 중에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운 곡이 있어 흥이 절로 나기도 하고 자꾸 따라 부르게 되는 곡이 있었다.
모두 다 꽃이야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삶의 여정의 길목에서 묻는다.
우린 모두가 다른 환경과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게 된다.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라는 가사가 눈물 나도록 와 닿는다.
사람들은 지극히 조건적이고 따지는 게 많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만이 중요해서 누군가를 바라보고 뒤돌아 볼 여유가 없다. 어쩜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애완견과 눈을 마주치고 산책을 하는지도 모른다.
아무 이유 없이 좋은 친구
그냥 너 라서
그냥 나 라서
손녀딸의 합창경연곡들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