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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Oct 21. 2024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제민천을 거니는 사람들의 긴소매 옷과 조금은 두툼해진 옷차림에서 가을의 쌀쌀함을 느낄 수가 있다.

아침저녁에는 쌀쌀하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낮동안의 날씨는 여전히 따가운 햇볕의 기운이 느껴진다.

휴일 아침 창문밖엔 여행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그리고 조금은 떠들썩하게 지나간다.


제민 난간에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학'과 관련 있는 행사를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보이고, 카페는 덩달아 늘어난 손님으로 분주하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모든 매체에서는 연일 특별 방송을 편성하고 기쁨을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은 공주의 풀꽃 문학의 현장으로 이끌려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보게  된다

안내 팸플릿을 손에 들은 가족단위  사람들, 나이 드신  분들은 행사에 참여한 듯 여행으로 공주를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어슴푸레한 저녁시간, 평소보다 많아진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구도심이 활기차게 보인다.

 

나이가 들면 행동이나 신체 기능의 모든 것이 전 보다 느려진다.  

그러나  나의  삶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바쁘게, 빠르게 움직여 가며 일을 해야 만 한다.

커피숍의  모든 일들이 눈을 뜬 아침시간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 같다.  

물밀듯 밀려오는 점심시간의  바쁜 일과를 신속하게 처리해 내야 하는 탓에 거의 만능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크고 작은, 긍정과 부정, 기쁘 거나 슬픈, 행복 또는 불행과 같은 영향력을 끼친다.

즉,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의 인생의 조각들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의 인생을 말한다.

며칠 전 커피숍 첫 손님의 말과 행동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나무의 결을 살린 가구를 보며 만족스러운 시선으로 커피숍 내부을 둘러보며 이야기한다. '주변 환경을 커피숍 안으로 들여온 듯 하네요, 가구는 직접 만들었나요 아님 구입했나요.'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며 계속하여 질문을 이어간다. '작품도 직접 그린 것인가요?, 그림도 파나요?'

짧은 대화이지만 나의 인생을 말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며칠 전  로스팅을 하는 작은 카페에 들른 적이 있다.

다양한 원두를 다루는 그곳에선 원두를 직접 골라 마실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케냐 AA를 마시며 밖을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

'아! 벌써 가을이 다가왔구나'라는 실감이 나게  한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초등학교  담벼락 위에 보이는 나뭇잎들의 색깔이 달라졌다. 


카페옆엔 인문학 서점이 있다.  커피를 마시고 서점에 들어가 난간에 쭈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 와닿는 글이 있다.


긍정적인 사람들을 만나라고 말을 다.

장수를 하려면 '긍정적인 사람들'을 만나라고 105세의 명성 있는 철학자가 말한다.  

나이에 놀라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건강함에 또 놀란다.


쇼펜하우어의 어록 중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만나지 말라'라고  권한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오늘을 살아가는 삶의 주체는 나다. 따라서 나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선택도 자신에게 달려 있다. 

부정적인 사람과의 관계는 삶의 방향과 목적을 부정적으로 바꾸어 놓게 된다. 


며칠 동안 온종일 비가 오기도 하고, 차가운 바람을 동반한 끄물끄물한 날씨가 겨울을 예감하는 듯하다.  

커피숍은 일이 너무 많다.

긴 시간을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피곤함이나 건강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  

일이 많아 쉴 틈 없이 무리해서 일을 다 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찾아온다. 

습관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앞으로 기계적으로 나아 갈려고 만 하게 된다.  

주위를 돌아보거나 자신을  보살피는 적절한 쉼을 위한 여유조차 생각해 보기 쉽지 않  된다.  

메뉴를 잘못 만들었거나 그릇을 깨는 등의 실수를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나를 돌아본다.

'아! 좀 쉬자,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해야지....

몸이 영 피곤하고 날씨가  쌀쌀하거나  비가 내리는 이유로 산책을 멀리 했었다. 바람이  부는 차가운 날씨임에도 안 되겠다 싶어 밖을 향해  뛰쳐나와 한 발짝 한 발짝 걷기 시작했다.


어두워진 제민천을 걷다 보니 날이 쌀쌀해서인지 인적이 드물다.

살짝 무서운 생각이 든다. 한참을 올라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뜨인다. 그제서야 불안감이 사라지고 제대로 운동도 된다.


며칠 전 일이 끝난 후  TV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드라마의 첫 장면이  공주의 제민천 주변이 나오는 것이다. 작은 카페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고즈녁한 한옥의 풍경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주에 살면서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물고기들의 노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즐겁게  산책을 할 수 았다는 기쁨을 누리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없었다.

시골에서 도자기 공방 및 작업실을  하는 친구가 말했던 기억이 난다.  동네의 주변을 산책을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으냐고.

뒤늦은 나이에  커피숍을 하면서  나이가 들어 시간 느려지는 것이 아닌 시간이 쏜살같이  달려가는 일들의 속에, 내가 살아 뛰는 가슴을 가졌음에 감사한 생각이 든다.  

어제도 달렸다. 오늘도 달린다. 그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멀리 석양을 바라보며 달리는 나에게 말한다.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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