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 입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by 설리아

첫 수영 수업 날

엉엉 우는 아이들, 선생님이 영상통화를 걸어왔어요.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어요.

입학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국제학교에서 첫 수영 수업이 있는 날이었거든요.

영어로 된 준비물 리스트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수영복, 물안경, 타월까지 꼼꼼하게 챙겼어요.

비몽사몽인 쌍둥이에게

“수영복은 여기에, 물안경은 저기에 넣었어” 하고 계속 반복해서 알려주었어요.


사실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수영 싫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선생님이 함께 있으니까 얼레벌레 참여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어요.

그렇게 등교를 시키고, 집 정리를 마친 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무거운 짐을 차에 싣고 있었는데

핸드폰에 메시지 알림이 울렸습니다.

담임 선생님:

“쌍둥이들이 수영복 입기를 거부하며 한국말로 엉엉 울고 있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영상통화로 잠깐 달래주실 수 있을까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 수십 가지 생각과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일단 'ok'라고 답장을 보냈고, 곧바로 영상통화 벨이 울렸습니다.

화면 속엔 담임 선생님 품에 안긴 엉엉 울고 있는 쌍둥이가 있었어요.

저를 보자마자 울음이 더 커졌고,

주변 아이들은 궁금한 듯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죠.

‘영어로 달래야 하나?

근데 쌍둥이는 아직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데…’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영어가 아니라 엄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죠.

“쌍둥아 괜찮아. 수영장에 가면 재미있을 거야. 물속에 들어가는 게 무서우면 밖에 있어도 괜찮아.

하지만 수영 수업이니까 수영복은 입어보자. 선생님이 도와주실 거야.”


영상 속 교실은 시끌시끌했고,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신나 있었고,

쌍둥이는 울고 있었고, 담임 선생님은 애써 달래고 계셨습니다.

그래도 제 마음이 닿았는지 조금씩 진정되는 모습이 보였어요.


아이들도 알고 있었던 거죠.

말이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환경에서 혼자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었는지를요.

저는 그 마음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매일 등교할 때 “엄마 가지 마!” 하며 다리를 붙잡는 아이에게

그저 적응하라고만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영상통화가 끝난 뒤,

담임 선생님이 메시지를 또 보내셨어요.

“오늘 수영 수업에 참여시킬까요, 아니면 구경만 하게 할까요?”

저는 수영 수업이 매번 체육 시간마다 있는지,

그리고 지금처럼 구경만 한다면

향후 어떤 영향을 줄지를 여쭈어봤습니다.

선생님 말씀은 이랬습니다.

'국제학교는 졸업할 때까지 수영 수업이 계속된다.

오늘 구경만 하게 되면 다음번 수업 때도 두려움으로 포기할 수 있다.

오늘은 힘들더라도 참여를 해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알겠습니다”라고 답장했어요.


메시지를 보내고 달아오른 자동차에 시동을 걸며 에어컨을 켰는데,

문득 울컥하더라고요.

‘내가 너무 앞서간 건 아닐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너무 빠른 선택을 강요한 건 아닐까?’

하교 시간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그런데 다행히,

쌍둥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까불고 웃으며 평소처럼 귀가했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 영상통화 벨소리와

화면 속 첫 장면이 생생합니다.

지금은 수영 수업을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쌍둥이.

왜 그렇게 울었냐고 물으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다 빨라서 우리 둘만 놓고 갈까 봐 무서웠어.”

“수영복도 빨리 갈아입어야 해서 너무 정신없었어.”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진 저는 늘 아이들보다 한 발 앞서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수영장보다 더 깊은 ‘마음’이라는 물속에서

아이들을 지켜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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