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의 반전

엄마의 다짐

by 우아옹

나는 모성애가 강한 엄마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맞닥뜨린 내 모성애의 민낯을 보고 알았다.

이건 잘못된 모성애라는 걸.


이적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비 오는 날 우산을 가지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 부분에서 '어린아이가 참 속상했겠다, 엄마라는 사람이 아무리 바빠도 한 번은 가봐 주시지'라는 생각으로 다음 부분을 읽으면서 머리가 '띵'했다.

마치 쟁반노래방에서 나 혼자 커다란 쟁반을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적은 단 한 번도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우산을 들고 온 엄마들과 하나 둘 아이들이 떠나가고 나면 남은 몇 명의 아이들(엄마가 오지 않은,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한)은 빗방물을 한 방울씩 맞으며 한 발짝씩 운동장으로 뛰어가서 맘껏 비를 만끽했다고 한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행복하게.


가수 이적의 엄마이자 여성학자인 박혜란박사님의 책에 나온 일화들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해준 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자립심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뜨끔했다.


'나는 엄마니깐,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는 생각에 상황이 안 돼도 가능하도록, 정말 되지 않을 땐 그보다 더 큰 죄책감으로 나를 후려쳤다.

많이 아프고 힘든 게 당연한 모성애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으로 꾸역꾸역 버텨내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모성애가 강한 엄마라고 생각한다.

나의 행동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크다는 건 부인할 수 없으니깐.

하지만 물고기를 잡아주는 엄마가 아닌 잡는 법을 알려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10년 넘게 없던 기준을 자꾸 아이들에게 들이밀면서 사실 짠한 마음에 아이들보다 엄마인 내가 더 지칠 때가 많다.

하지만 기준이 없는 모성애는 아이를 성장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뒤로 물어나지는 말자며 나를 토닥여본다.


배우고 행동하는 나는 어제의 나보다 발전한 사람이다.

이미 발전하기 시작한 나는 후퇴하지 않는다.

오늘도 마음 깊게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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