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데려온 아기 고양이를 바로 책임지고 키우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어요.
발견당시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고 병원에서 의사분 얘기로는 영양결핍도 심했고 태어난 지 4~5주로 추정은 되나 평균 성장 발육 상황을 봤을 때 아메리칸 숏헤어 품종묘치고는 작은 편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사는 곳까지 차로 2시간 거리라서 상태가 좋지 않은데 오랜 시간 차를 타고 데려오는데 까지는 아무래도 스트레스에 민감한 동물이니만큼 견딜 수 없을 것이라 판단되어 당분간 동생네 집에서 경과를 보기로 결정하였어요.
동생네 집에 맡겨놓고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낼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졌으니 키울 것인지 고민의 시간이 흘렀어요. 일주일 동안 동생은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대소변은 잘 가리는지 그리고 가장 큰 걱정이었던 배에 모래알갱이들은 변으로 배출이 다 되었는지를 알려주었고 일주일 뒤에 다시 병원에 진료를 보러 데려갔을 때 동생과 동행을 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고양이는 자신의 가족을 직접 선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동생에게는 곁을 내주지 않던 아기고양이가 일주일 만에 만난 저에게 안기지 않겠습니까
너무나 작고 소중했기에 저에게 쫄래쫄래 반갑다고 달려오며 안기는 모습에 가족으로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했던 나 자신이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단 두 번의 만남이었는데 마음이 통했는 건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저는 일주일간 고양이에 대한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데려오기 위해 방 1칸에 고양이 캣휠, 캣 타워, 화장실, 자동급식기, 물그릇, 스크레쳐, 고양이침대등 책에서 본 것들을 토대로 고양이가 지내가 편한 환경을 하나씩 조성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면 캣닢향이 고양이에게 안정제 역할을 한다고 해서 스크레쳐에 캣닢가루를 뿌려두고 고양이 캣닢 방향제를 배치하고... 나름 초보 집사다 보니 모든 정보를 인터넷과 책에서 얻은 대로 하나씩 실행을 해 나갔습니다.
방 하나를 고양이를 위해 꾸며보니 저의 첫 반려동물이었던 카나리아 한쌍이 생각이 났습니다. 전 직장 동료분이 2년 반 키우셨던 카나리아 한쌍이 있었는데 같이 살게 된 가족분이 천식이 심해서 털 때문에 키우기 힘들게 되어 제가 대신 키우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하고는 4년 8개월을 함께 살았는데 카나리아는 새장 안에 대부분 생활하고 베란다에 있었는데 아침에 햇살이 내리쬐면 늘 아름다운 목소리로 저를 깨워주곤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새에 대해서 정보가 부족했기에 새에 대한 서적과 심지어 카나리아 정보를 해외 사이트에서 번역기 돌려서 얻곤 했거든요. 반려조 키우는 분들이 많지 않다 보니 공유도 쉽지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감기 걸려서 동물 병원도 데려가고 알 낳고 나면 계란 노른자 삶아서 으깨서 몸보신시키고 카나리아 암컷은 액젓이 수컷은 젓갈이라고 이름도 붙여줬더니 이름 부르면 반갑다고 쪼르르 달려오고 알 낳을 때 되면 지푸라기 새장 기둥에 꽂아놓으면 부리로 뽑아서 둥지도 만들고 바닥에 거울이 붙여져 있어 햇빛이 나면 반사되어 물이 반짝 거리는 카나리아 전용욕조도 만들어주고...
하루에 두세 번 목욕을 하던 깔끔쟁이였거든요. 함께하는 시간 동안 행복했고 노화로 마지막까지 보내는 순간까지 진심으로 함께하였던 친구들이었습니다.
보내고 난 뒤에 텅 빈 베란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모든 반려조 용품들을 처분하고 다시는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가장 힘든 시기에 나에게 와준 작고 약한 아기고양이에게 마음을 열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아겠습니까..
말 못 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모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들도 다 알더라고요.
그러하기에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고 그래고 제가 내린 결론은 그래도 더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발견할 당시에 담요에 싸서 종이박스에 담아서 데려왔었는데 아무래도 2시간 차에 태워서 제 집으로 데려와야 하니 자차에 화장실과 물 그리고 츄르등을 준비하고 고양이 캐리어도 준비해서 동생네 집으로 데리러 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경황이 없어서 남겨놓은 사진이 없는데 그 점이 아쉽습니다. 여전히 왼쪽 뒷다리를 절고 있었지만 그래도 반갑다고 달려오는 모습이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너무 약하고 아팠기에 차마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눈앞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점점 기력을 회복하고 있었고 일주일새에 더 자라 있었습니다.
다행히 2시간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이동장에서 새근새근 잘 자면서 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는 고양이집사가 될 큰 결정을 하게 되었고 제 인생에서 카나리아 한쌍을 보내고 3년 만에 두 번째 반려동물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데려오니 커다란 눈망울로 여기 저기 쳐다만 보고 꼼짝을 안 하길래 귀여워서 가까이서 집에 온 첫날 찍어보았는데 그래도 처음 발견했을 때 꾀죄죄했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저를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고양이 방을 준비하면서 반려묘를 키우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구나를 새삼 느꼈고 다양한 용품과 다양한 사료들 그리고 조금만 알아보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들 카나리아 키울 때와 달라서 새로운 세상의 눈을 뜨는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초보집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