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주한옥 Dec 10. 2022

4.시골집도 고치면 예뻐요 - 생각이 많아지는 땔감정리

할머니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

마을 어르신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작은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이 집과의 연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공사가 시작되었어요.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20대 초에 결혼을 한 할아버지께서 손수 지은 집이라는 것과 이곳에서 삼 남매가 장성하여 출가하였다는 것,  그리고 70대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20년 넘는 세월 동안 할머니께서 이 집에서 혼자 지내시다가 90대에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 중에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 한평생 거주하는 분도 계셨기에 이 집에서 70년을 살다가신 주인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요.


그 이야기를 알기에 더욱더 이 집에 남겨져있는 추억을 더 지키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별채는 구들방 하나에 아궁이가 있는 소 우는 공간과 그리고 광(요즘 말로는 팬트리 또는 창고)이 있었는데  오랜 세월로 별채의 아궁이는 황토흙이 바스러져 소실되고 소 키 우던 공간은 땔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처음에 보고 저는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어요.

옛날에 따뜻한 겨울을 보내려면 땔감을 든든히 채워 넣어야 하잖아요.  할아버지의 마음을 엿보게 되어 눈시울이 붉혀졌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를 위해서 땔감을 쌓아두신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게 되어 목이 메어왔습니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사랑하는 이들과의 되돌아올 수 없는 이별도 경험하게 되고 저 또한 이 집을 만나기 3년 전에 할머니를 떠나보내어야 했거든요.

묵묵히 할머니를 위해 땔감을 모아놓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별채는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주변에서 허물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 모습을 본 저는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송아지가 자라면서 뿔이 자라면 가려워서 벽에 긁어대는데 땔감으로 가득 찬 공간 벽에 어릴 적에 외갓집에서 본 소가 긁어대던 움푹 파인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외할머니를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이런 집을 어찌 제가 허물고 새로 지을 수 있을까요.

하나둘 정리하기 위해서 집에서 꺼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었던 20년 넘게 묵은 땔감들은 1톤 트럭 3대 분량이었고 감사하게도 동네 어르신들께 도움을 요청해서 겨울에 나무로 난방하는 이웃분께 나눠드렸습니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할머니 사시던 본채는 기름보일러로 난방공사를 하였고 그래서 땔감들이 20년 넘게 그 자리에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할머니 혼자 남아 추운 겨울을 보낼 생각 하니  걱정되는 마음에 모아두셨고 그걸 할아버지 사랑인 것을 아시고 그대로 두셨는데 그 나무 중에 몇 개는 제가 선반으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집은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3. 시골집도 고치면 예뻐요 - 어릴때 추억을 살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