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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Nov 17. 2023

졸혼을 축하드립니다

마침내 그녀의 행복을 빌었다

마침내 그녀의 행복을 빌었다.      

말이 없었던 그녀의 말이 늘어나면서 그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눈앞에 그려지는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애써 외면했다.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거라고. 그곳의 삶을 응원했다.

     

뜸하다 싶으면 한 번씩 전화가 왔다. SOS였다. 난 도와주고 싶었고 그때마다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차피 잡은 내 손 그녀가 놓지 말고 이제는 행복 하자 말했다. 하지만 세월이 문제였다. 그와 함께한 세월이, 지나간 추억이 그녀를 붙잡았다. 도돌이표였다. 눈물을 흘리며 악다구니를 쓰며 한을 쏟아내던 그녀는 어디 가고 순한 양이 되어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사람은 안 바뀐다는 말이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어쩜 그리 찰떡같은지 신물이 났다.

     

잔잔한 호수에 가끔 와서 돌을 던졌다. 그러려니 하기에는 그 물결이 점점 거세졌다. 나는 평온한 삶을 꿈꾸는데 그들이 툭툭 던지는 돌덩이는 풍랑이 되어 내 일상을 흔들었다. 드디어 둑이 무너지는 날이 왔다.     

입은 옷 한 벌이 전부였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지난날 잡았던 손을 놓은 것을 후회했다. 수십 번 들었던 같은 이야기를 그녀는 마치 처음인 것처럼 토해냈다. 그녀의 말 한마디마다 눈물과 한이 맺혀 있었지만, 이 또한 익숙했다. 이번에는 단호해졌다. 전보다 더 확실히 귀에 대고 크게 말했다. 이젠 그만하시라고. 그러다 당신이 죽을 수도 있다고. 결단을 내린 듯 보였지만 그녀의 결심이 며칠만 지나면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릴까 봐 나는 또 두려웠다. 이 굴레를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서둘러 그녀의 보금자리를 구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위해.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내 삶의 평온함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칠십 평생 살아보지 않았던 동네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로부터 도망이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도전이었다. 혼자 선택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함께 한 결정이었다. 설령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라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기에 그녀가 잘 버텨주길 바랐다. 어떤 날은 푸념이 돌아왔다. 이러려고 내가 여기 있나, 외로워서 못 살겠다 등등. 이미 예측했던 일이라 덤덤히 들어주었다. 그녀의 한마디가 더는 내 일상을 흔들지 못했다. 잔잔한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릴 수는 있지만 태풍에 뿌리가 뽑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녀도 나도 단단해지는 중이다.


여자로서, 며느리로서,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인 당신을 감히 사랑이라는 말로 응원하고 싶다.     


어머니 졸혼을 축하드립니다!!



일상이 인생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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