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존재만으로도 의미 충분합니다
칠순을 넘긴 아버지의 한마디 “다 의미 없다”
시댁과 친정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늘 한꺼번에 두 집을 방문한다. 6월 초 시아버지 생신을 맞아 양가를 다녀왔다. 칠순을 넘긴 시아버지의 듬성듬성한 머리와 짙어가는 입가 주름에 마음이 이상했다. 친정아빠(마흔이 넘어도 아버지 소리가 안 나온다)는 시아버지와 한 살 차이다. 친정아빠 얼굴에도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오히려 최근 늘어난 근심에 급속히 나이 드신 모습에 가슴이 쓰라렸다. 오리지널 경상도 분이시라 속마음을 표현하신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저녁 약속이 있다며 다녀오신 후 얼굴이 급속히 어두워졌다.
엄마와 이야기하는 아빠의 몇 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어젯밤에 장 씨가 갔대. 식사하다가 음식이 기도를 막아서 급사했다고 하네.”
“아니 저기 위에 사는 장 씨 말이에요? 어제도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 멈춰서 잘 지내냐고 서로 안부 주고받았는데. 그게 무슨 일이래요?”
“......”
아빠는 말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아빠는 일터로 나가시며 한 마디 하신다.
“다 의미 없다. 조심히 올라가거라.”
“아빠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산 사람은 사는 거고 다 운명이에요. 좋은 생각만 하고 삽시다.”
나의 말이 아빠에게 어떤 위로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아빠에게 툭 던졌다.
집으로 돌아와 계속 그 한 마디가 마음에 맴돌았다.
"다 의미 없다”
세상을 사는데 의미가 없다는 건 무슨 말일까? 희망이 없다. 다 부질없다. 허무하다는 절망의 의미일까? 익숙했던 누군가가 갑자기 오늘 눈앞에서 사라지는 기분. 나이 들수록 더 빈번하게 마주하는 누군가와의 이별을 나는 무심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마흔의 나와 칠순을 넘긴 아빠에게 이별의 강도는 어떻게 다를까?
사진 속 친구가 하나둘 줄어드는 하루를 나는 ‘다 의미 없다’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멀리 사는 딸이 아빠에게 간절히 말하고 싶다.
“아빠 그냥 사세요. 지금까지 충분히 잘 살아오셨어요. 그냥 살아도 너무 잘하고 계신 거예요. 굳이 의미 부여하지 않아도 아빠의 24시간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제 곁에 머물러 주세요.”
다 의미 없다. 다 의미 없다. 다 의미 없다.
다 의미 없다. 다 의미 없다...
그대의 존재만으로도 의미 충분합니다!!
사진출처-사진: Unsplash의 N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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