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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Apr 11. 2023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지독한 감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첫 증상은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따끔거렸고 그 후로는 열이 올랐다. 그러다 발끝 손끝 마디마다 통증이 찾아왔다. 열을 내리기 위해서 먹은 해열제인데 오한을 이길 수 없어 다시 두꺼운 이불로 온몸을 휘감았다. 이불의 포근함이 오한을 감싸 안아 주었다. 모처럼 깊은 숙면을 취했다. 눈을 떠 체온을 재어보니 열은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몸 여기저기 쑤신다. 결국 병원에 다녀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앱으로 병원 예약을 하려고 봤더니 이미 대기 접수 마감. 그래, 그냥 가야지 별수 있냐며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감기 환자로 병원은 북새통이다. 내가 받은 대기 번호는 39번.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인당 3분씩만 잡아도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 어른인 나는 두 시간은 적당한 짜증과 지루함으로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감기약을 일주일째 먹고도 차도가 없던 아이는 다시 찾은 병원이 달갑지 않았을 터. 거기다 대기 번호 39번인 걸 알고 나서부터 표정이 좋지 않다.  

    

나보다 감기에 먼저 걸린 아이였다. 아이는 이틀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고 나보다 더 높은 고열과 기침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밤새 아이의 열을 체크하고 해열제를 4시간 간격으로 먹여도 떨어지지 않던 열이 사흘째 되니 고열에서 미열로 체온이 내렸다. 하지만 열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기침이 찾아왔다. 가래가 목에 딱 달라붙어 걸걸한 기침에 아이는 힘겨워했고 기침이 심해지자 나중에는 두통까지 동반되었다. 나도 안다 그 느낌. 기침하면 머리가 울리면서 띵해지는 그 느낌. 암만 엄마는 너보다 감기에 더 많이 걸려봤고 너보다 훨씬 다양한 통증을 겪어 봤으니 당연히 알지 그 느낌.  

    

하지만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너의 짜증을 받아주기에는 엄마도 사람인지라 아니 나도 환자인지라 힘에 겨웠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도대체 내 이름은 언제 환자목록에 올라오냐, 저쪽 진료실이 더 빨리 순서가 줄어드는데 대기를 잘못한 거 아니냐 등등. 처음에는 고분고분 대답을 해주던 나였다. 대기 시간이 한 시간이 지나고 삼십 분이 더 지나자 나 조자 이 기다림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단계가 되었다. 너와 함께 불평을 내어놓았다. 진짜 너무한다.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나, 차라리 다른 병원에 갈 걸 그랬나 등등 나의 짜증스러운 말이 너의 귀에도 콕콕 박히는지 너는 입을 굳게 다물기 시작했어.

      

아들아 불평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많아. 물론 달라지는 일들도 있지. 하지만 살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을 품으면 너무 견디기 힘들고 어려운 시기도 잘 이겨낼 수 있는 하나의 인생 처방전이 될 수도 있어. 엄마가 살아보니 과거는 다 추억이야. 당시에는 너무 아팠던 경험도 고통도 마치 끝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다 지나가더라고. 인생은 예측할 수도 없고 누구도 내일을 먼저 살 수는 없어. 언제나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어. 오늘이 어제가 되고 너의 과거가 되고 인생이 되는 거야. 인생은 언제나 과거야. 과거 속에서 얼마나 달콤한 추억여행을 할지는 온전히 너의 마음가짐에 달린 거야. 고로 병원에서도 때가 되며 내 이름을 부르겠지. 한 시간 하고 삼십 분이나 더 기다렸으니 곧 나의 순서가 올 거라는 마음을 먹자는 거야. 어차피 우리는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야.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더는 못 기다리겠다고 병원문을 박차고 나갈 기운조차 없는 너와 나잖아. 의사의 처방전에 몸이 얼른 낫기를, 따끔한 주사 한 방으로 몸에 에너지가 샘솟기를 바랄 수밖에.  

   

아파보니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는 엄마인 나의 하루가 괜히 서글퍼진 며칠이었다. 아프면 몸의 반응 속도도 느림보처럼 변하고 마음도 그냥 멈춰버리는 것 같다. 감기에 걸린 지 5일 만에 엄마도 노트북의 전원을 켠다. 오늘은 그저 그런 보통의 하루가 되길 바라며. 아프지 말자. 아들. 건강이 1번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우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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