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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향 Nov 09. 2022

한여름 밤의 꿈 / 한향

 

 한여름 밤의 꿈 / 한향




 주문 도와드릴까요


 태양의 고도를 시월 첫날 하오 5시로

낮춰주세요

 호놀룰루 선셋 비치의 노을을 볼 수

있을까요

 파도 볼륨은 조금 높이구요

 핀란드 사이마 호수 자작나무 숲의

달콤한 바람과

 파미르 고원 가문비나무에 가만히

앉는 는개를 솔솔 뿌려주시죠

 스와니강 노래와 백만 마리 백조들

 합창 들을 수 있겠죠


 북극 남극 빙하 얼음 반반 띄운 눈꽃

화채를 먼저 주세요

 비시스와즈 수프는 평창 수미감자로

차갑게요

 상파울루 오렌지 마들렌과 닭가슴살

샐러드에

 안달루시아 가스파초, 식초와 올리브

오일은 조금 넣고요

 메인은 이열치열, 중국 푸젠성 불도장

으로 하죠

 디저트는 티베트 야크 우유로

 예예, 살짝 데워 주시구요


 대리도 예약할게요

 아홉 마리 순록과 썰매로요

 오슬로를 거쳐 12월초 핀란드 산타

마을에 도착할 수 있겠죠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1.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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